<2009-03-15 격주간 제696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신문고는 백성들에게 쓸모없는 북?

조선 시대에 태종이 처음 만들었다는 신문고. 억울한 일이 있는 백성이 찾아와서 북을 치면, 임금이 듣고 그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먼저 관가에 호소해야 하는데, 관가에서 그 일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하니 임금에게 호소하여 억울함을 풀겠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자유롭게 신문고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신문고는 백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신문고는 백성들에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으니 말이다.
영조 때 있었던 신문고에 얽힌 이야기이다.
충청도 충주 노은동에서 어느 날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마을에 사는 홍선보라는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 무렵 홍선보의 아내는 아들 홍차기를 낳았다. 하지만 그녀는 갓 낳은 아들을 이웃에 맡기고 서울로 올라갔다. 신문고를 쳐서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말이다. 홍선보의 아내는 몇 년 동안 서울에서 머물며 신문고를 치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숨을 거두었다.
홍차기는 열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의 사연과 그 죽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도 서울로 올라가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신문고를 쳤다. 하지만 담당 관리가 임금에게 알리지 않아 헛수고를 한 셈이었다. 그러던 중 홍차기는 길에서 우연히 형조 판서 윤동섬을 만나 그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윤동섬은 홍차기를 불쌍하게 여겨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주겠다고 약속했다.
홍차기는 윤동섬의 말만 믿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풀려나기를 기다렸다.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다 병이 난 홍차기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향했다. 그는 도중에 쓰러져 서울로 옮겨진 뒤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데, 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홍차기는 끝내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14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일반 백성이 신문고를 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다. 신문고를 서울에만 설치한데다, 백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의금부에 두었다. 게다가 신문고를 치려면 그 절차가 복잡했다. 지방 고을의 백성은 수령과 관찰사를 거쳐 서울로 올라와 사헌부에 억울한 내용을 알리게 했다. 그러면 의금부로 넘어가게 되는데, 의금부에서는 담당 관리가 억울한 내용을 받아 적어 현지에 가서 조사를 한 뒤에야 신문고를 치도록 했다. 하지만 그 뒤에 담당 관리가 임금에게 억울한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 신문고를 쳐도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더욱이 당시에 만들어진 법은 일반 백성이 고을 수령을 고소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는데, 백성들에게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야 대개 고을 수령의 부정과 횡포에서 비롯되니 일반 백성이 고을 수령을 고발하려고 신문고를 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백성들이 신문고 치기는 힘들었다. 노비, 토지 등 재산에 관련된 양반층의 호소가 거의 다였다. 이러니 신문고는 백성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신현배 / 시인, 아동문학가〉

♠“신문고는 원래 반역자를 찾아내려고 태종이 만든 것이라면서요?”

태종 이방원은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으로 왕족과 개국 공신 세력을 없앰으로써 권력을 잡아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언제 또 자기에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나 반역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1402년(태종 2년) 1월 26일, 태종은 신문고 설치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교시를 내렸다.
“이제 옛 법에 따라 신문고를 설치한다. … 혹시 반역을 몰래 꾀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거나, 종친과 훈구 대신들을 모함하는 자가 있으면 이 북을 치도록 허용한다. 고발한 내용이 틀림없으면 상으로 밭 200결과 노비 20명을 주고,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3등급을 올려 준다. 벼슬이 없는 사람은 6품 벼슬을 주고, 천민일 경우에는 양민으로 올리고 7품 벼슬을 준다. 또한 범인의 집과 재물과 노비와 말과 소를 모두 준다. 그러나 무고한 자가 있다면 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위의 내용을 보면 신문고를 무슨 목적으로 설치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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