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1 격주간 제695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에 만든 조선인 코무덤
1597년(선조 30년) 8월 16일, 남원성 전투에 일본군으로 참전했던 일본인 게이넌은 남원성을 함락한 뒤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일본군은 총공격을 감행하여 마침내 남원성을 점령했다. 성에 불을 지르고,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시체가 불에 타는 냄새가 성 안에 가득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죽어 엎드려 있는 시체들뿐이었다. 하지만 우리 병사들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큰 칼을 들고 성 안을 누비며 죽은 사람들의 코를 베어 대바구니에 담았다.”
당시에 일본군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들은 금방 애를 낳은 산모의 집에 뛰어 들어가,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기의 코와 산모의 코를 베어 갔다. 군인들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코를 베어 간 것이다.
일본군이 이처럼 잔인한 코베기에 나선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6월 15일 부하인 야나가와 시게노부를 조선에 보내 전라도로 쳐들어갈 것을 명령하며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귀가 둘이지만 코는 하나다. 앞으로는 귀가 아니라 코를 베어 일본으로 보내라. 그러면 머리를 대신하여 전과로 인정해 주겠다. 그 대신 병사 한 사람이 한 되 분량의 코를 베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선인을 포로로 잡는 것으로 인정한다.”
도요토미는 임진왜란 때는 병사들에게 조선인의 목을 베어 머리를 바치게 했다. 하지만 머리가 무겁고 부피가 커서 귀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귀가 두 개니 두 귀를 바쳐 전과를 부풀리자, 정유재란 때부터는 하나뿐인 코를 베어 바치게 했다. 확실한 전과를 확인하려고 말이다.
당시에 일본군 병사들은 조선인을 포로로 잡아 포르투갈 상인에게 팔아넘기고 있었다. 따라서 도요토미는 그들의 노예사냥을 승낙하는 조건으로 조선인의 코베기를 내세워 일본군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것이다. 1597년에 일본인 장수 가토 기요마사는 일본군에게 병사 한 사람이 조선인 코 세 개를 베어 바치라고 했다. 가토가 1만 대군을 거느렸으니 3만 명분의 코가 모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모아진 코는 소금에 절여 항아리에 넣어 일본으로 보내졌고, 도요토미가 그 항아리를 받고 수고했다는 편지를 조선의 일본군 부대장에게 부쳤단다.
도요토미가 그런 식으로 모은 코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교토 북쪽으로 10리쯤 떨어진 대불사 옆에 묻어 무덤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아타고 산 중턱 정도의 높이에 이르렀다는 코무덤이다.
도요토미는 전쟁으로 죽은 조선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려고 이 무덤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이 말을 믿는 조선인은 아무도 없었다. 코는 조선을 침략한 장수들의 전과를 확인하려고 베어 온 것이고, 도요토미 자신이 자기 공로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코무덤을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전쟁을 겪은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코만 베이고 목숨은 건져 코 없이 살던 사람이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코만 베인 것은 주로 어린아이들이었고, 코 없이 평생을 살았을 테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신현배 / 시인, 아동문학가〉

♠“코무덤은 일본에서 귀무덤으로 불린다면서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군은 임진왜란 때는 주로 조선인의 귀를 베어 갔고, 정유재란 때는 조선인의 코를 베어 갔다. 따라서 코무덤에는 코와 귀가 함께 묻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런데 어떤 학자들은 일본에서 코무덤이 귀무덤으로 바뀌어 불리게 된 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옛날에 일본에 건너간 조선통신사들의 숙소가 코무덤 근처에 있었다. 그런데 코무덤이라고 하면 그들에게 심한 혐오감을 주기에, 그보다는 덜한 귀무덤으로 바꾸어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군이 스스럼없이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벨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운데, 그것은 귀베기와 코베기가 일본에서는 에도 시대 초기부터 서민에게 행해진 흔한 형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본군도 잔인하고 끔찍한 그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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