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1 격주간 제695호>
<4-H인의 필독서> 미하엘 엔데 - 모모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삶의 여유를 누려라

바빴다. 개편으로 새 프로그램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회의가 이어졌고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진이 빠졌다.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일이 몰려왔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짊어지고 길을 걷는데 문득, 미하엘 엔데의 책 ‘모모’ 중 한 구절이 떠올랐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모모의 특별한 친구인 도로청소부 베포가 한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모모는 키가 작고 깡마른, 나이를 알 수 없는 여자아이다. 모모에게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시간밖에 없는 모모는 세상 모든 것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개나 고양이, 귀뚜라미는 물론이고 빗줄기와 바람에게도. 그러면 그들은 각각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모모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모모를 찾아와 이야기를 했고 모모는 얼마든지 들어줬다.
하지만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저축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모모를 찾지 않았다. 시간을 저축한 후로 너무 바빠졌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면 곱절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시간을 쪼개 쓰지만 손톱만큼의 자투리 시간도 남지 않았다.
사람들이 바빠지자 모모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이런 모모에게 불안감을 느낀 회색신사들은 모모를 수배명단에 올린다. 사람들의 시간을 관리하는 ‘세쿤두스 미누티오스 호라’ 박사는 거북이 카시오페아를 보내 위험에 빠진 모모를 데려오게 한다. 시간의 원천을 경험한 모모는 하루 만에 다시 원형극장 옛터로 돌아왔지만 현실의 시간은 1년이 지났고, 모든 친구들이 회색신사들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을 본 모모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곤경에 빠져 있는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순간 모모의 마음속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두려움과 무력감이 정반대의 감정으로 바뀌어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모모의 활약으로 최후까지 남아 있던 단 한 명의 시간 도둑이 사라지게 되자 사람들에게는 다시 시간이 많아졌다. 도시에선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길에 나와 놀고, 사람들이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일하러 가는 사람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 것이다.
회색 신사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삶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면, 원형 극장 옛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모모’와 만나보길 바란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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