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물결
역사는 평범한 사람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단지 영웅만을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영웅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만든 물결에 편승해서 기록된 대표인물일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미 9번의 히틀러 암살이 있었고, ‘발키리’ 작전은 그 마지막 암살 작전이었다.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9개월 후 독일의 베를린은 연합군에 함락된다. ‘히틀러’도 그 물결에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발키리’는 그 물결의 중심에 섰던 군인 슈타펜버그 대령의 실화이다.
2차 세계대전 말,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역사 속에 독일이 치욕스럽게 남지 않기 위해서는 ‘히틀러’가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슈타펜버그 대령은 ‘발키리’ 작전을 계획한다. 슈타펜버그 대령의 작전은 단순히 히틀러를 암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독일을 자랑스러운 국가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포석이었다.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되풀이하는 슈타펜버그 대령은 개인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히틀러에 저항하고 있었다.
‘유쥬얼 서스펙트’, ‘엑스맨’, ‘슈퍼맨 리턴즈’까지 정치적 색체를 강하게 풍기는 작품을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본격적인 정치스릴러 장르인 ‘발키리 작전’을 통해 힘의 논리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선택과 배신을 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그중에서도 행동가 슈타펜버그의 모습은 행동만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감독의 집요한 사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이미 실패를 알고 들어온 관객들에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연출력이다. 감독은 대담하게도 슈타펜버그가 폭탄을 설치하는 엔딩에 나올법한 상황을 중반부에 배치시킨다. 나머지 러닝타임을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행동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이 결국 히틀러 암살을 실패로 만든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그 평범한 선택 하나하나가 극적인 긴장감을 갖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스릴러적 긴장감을 바로 보통사람의 선택에 배치시킨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행동가의 의지가 아니라 시대를 만들어가는 보통사람들의 의지인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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