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회원 〈경북 영양 영양고등학교4-H회〉
세상은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 도움의 손길을 못 받는다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는가? 나는 요양원을 다니며 이런 생각을 다시 해본다.
내가 요양원을 간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4-H에 가입하고 나서이다. 요양원은 읍내 화천리에 있다. 이 곳은 65세 이상의 기초생활 수급자,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그곳에는 휴게실, 목욕실, 생활실, 재활치료실과 같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24시간 간호사들이 대기하면서 보살펴 준다. 이렇게 요양원을 살펴본 후 요양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조를 나누어서 한 조는 할아버지들의 몸을 씻겨 드리고, 다른 한 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눴는데 처음에는 얘기를 하려니 막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많이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대화를 계속 하다보니 점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어떻게 요양원에 오시게 되었는지, 가족관계 등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드리고 요양원을 한바퀴 돌면서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이 날만큼은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친손자가 된 날처럼 생각되었다.
한 달 뒤 다시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이날은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들의 몸을 씻겨 드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몸을 씻기는 일이 창피하고 물의 온도를 맞추지 못해서 할아버지들께 죄송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 씻기는 것인지 보고 배운 다음에는 한층 수월해졌다. 몸을 씻겨드리던 할아버지들 중 막 욕을 하시던 한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이날 어떤 할아버지를 씻기시는 다른 봉사자를 보았는데, 이분은 이 요양원에 계시는 5촌 할아버지를 찾아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도 모시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정말 보기 드문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분처럼 어르신을 잘 공경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 3번째 요양원 방문이어서 그런지 집처럼 편안했다. 이 날도 목욕 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목욕실로 들어가 할아버지들을 씻겨 드릴 준비를 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기뻤다. 한분, 두 분 씻기다 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도 보였다. 그 할아버지는 팔,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휠체어를 타고 목욕실로 들어오셨는데, 다른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누워계신 상태로 몸을 씻겨 드려야 해서 힘들었다. 이 할아버지를 씻겨드리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이렇게 건강한 내 몸을 감사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4-H에서는 ‘은혜의 집’이라는 무인가 장애인 수용시설에 가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은 천사 같은 석씨 부부가 장애우들을 돌보는 곳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자원봉사자가 올 때면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다.
우리들은 3명이 한조가 되어서 장애우들을 씻기기 시작하였는데, 씻기다보니 몸에서 묵은 때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밀고 밀어도 계속 나오는 때는 이들의 힘든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목욕 봉사는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고,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하며 했던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어떤 교육보다 더 값진 교육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본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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