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5 격주간 제692호>
<시네마&비디오> 벼랑위의 포뇨

끝없이 넓어져가는 미야자키의 상상력

이제 70세가 가까워져가는 ‘미야자키 하야호’의 상상력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간다. 열 번째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의 한계를 과감하게 걷어낸 작품이다. 현실을 보는 듯한 ‘이웃집 토토로’의 감성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환상을 엮은 듯 보인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아버지 후지모토의 감시를 받으며 따분한 삶을 보낸다.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포뇨’는 과감하게 탈출을 시도, 바다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벼랑 위에 있는 집에 사는 소년 ‘소스케’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한다. ‘포뇨’를 금붕어로 오인하고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소스케’는 점점 ‘포뇨’를 좋아하게 된다.
아버지 ‘후지모토’가 물의 정령을 이용해 ‘포뇨’를 다시 심해로 잡아온다. 그러나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던 ‘포뇨’는 아버지의 마법의 물을 마시면서 인간과 더 흡사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다시 소스케를 찾아가는 ‘포뇨’. 하지만 물의 정령들의 공격으로 온 마을은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물바다가 된 마을에서 ‘포뇨’와 ‘소스케’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두 사람은 더욱 친해진다.
‘포뇨’는 결국 인간으로 변한다. 동화 ‘인어공주’와 닮은 듯 하지만 일본의 ‘우라시마 타로’라는 민담과도 맥이 통한다. ‘우라시마 타로’는 한 어부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거북이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 용궁에 가서 용왕과 공주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포뇨’가 아버지의 마법의 물을 마시고 다시 소스케를 찾아오면서 엄청난 해일이 밀려온다. 그리고 마을은 바다에 잠긴다. 이 장면은 미야자키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구현되어 있다. 물이 잠긴 마을은 데본기로 변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물에 잠긴 마을은 용궁처럼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이 장면에서는 수채화 같은 셀화의 느낌이 더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을 쓰지 않고 17만장의 셀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더욱 부드럽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동화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상징이나 은유는 많이 사라졌지만 ‘약속’, ‘책임감’, ‘화해’의 이미지는 이전처럼 등장한다. 바다의 생태계와 인간의 문명을 동시에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진 ‘포뇨’가 화해의 상징물로 변하면서 마치 두 세계의 공존을 지켜갈 것처럼 그려진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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