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1 격주간 제691호>
<시네마&비디오>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잊혀지는 사람들

역사란 커다란 흐름은 항상 개인들을 못살게 군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국가의 탄생과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가 자치권을 갖고 백인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원주민들과 분리정책 속에서 희생되었던 혼혈인, ‘도둑맞은 세대’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공습을 배경으로 구성되고 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영국 귀족인 새라 애쉴리(리콜 키드먼)는 남편을 찾아 호주로 간다. 하지만 호주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창에 찔려 죽은 남편의 주검뿐이었다. 군대에 소를 납품하기 위한 주변의 목장과 경쟁 때문에 희생당한 남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새라는 소몰이꾼인 드로버(휴 잭맨)와 혼혈아인 룰라(브랜든 월터스)의 도움으로 사막을 횡단한다. 라이벌 목장 주 ‘킹 카니’의 음모로 더욱 험난해진 사막횡단을 하면서 ‘드로버’와의 사랑이 싹튼다. 그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새라는 혼혈아 룰라에게 모성애를 느끼게 된다. 성공적인 군납품을 끝내고 행복이 이어질 쯤 드로버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룰라는 혼혈아 분리정책에 희생되어 섬으로 끌려간다. 룰라를 찾기 위한 새라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물랑루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았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엄청난 볼거리를 선사한다. 1억 5천만 호주달러(약 1,400억원)가 쓰인 영화인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1,500마리의 야생마가 동원되어 거대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호주의 절경은 장관이다. “풀코스 요리와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소몰이에는 서부극 스타일을 차용하였고, 드로버와 새라의 로맨스, 그리고 혼혈아 룰라와는 가족극, 일본 침공장면에서는 전쟁영화의 스타일을 차용하였다.
하지만 3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은 볼거리만으로는 힘겹다. 서사의 흐름만 강조되다 보니 깊이 있는 개인들의 감정을 느끼기엔 역부족이고, 영화가 각 장르별로 따로 논다는 느낌마저 준다. 물론 니콜 키드먼이나 휴 잭맨의 연기는 뛰어나다. 하지만 역사의 피해자들이 되기에는 그들의 삶이 너무 피상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대서사만이 존재할 뿐 그 속에 녹아드는 개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틋한 감동을 감지고 극장을 나오기에는 어딘가 김이 빠져버렸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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