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회원 〈전남 나주시 세지중학교〉
이정희 선생님의 수업시간이면 왠지 기대가 된다. 4-H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나 풀 뽑는 것을 하면 질색을 했었다. 그렇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후, 4-H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교정에 피어난 들풀이나 작은 꽃, 나무 한 그루에도 관심이 간다.
내가 이 활동을 하면서 제일 처음으로 키위나무를 심었는데 땅을 파고 비료를 줬다. 비료에서 음식물 부패한 냄새가 나서 속이 좋지 않았지만, 이게 다 식물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냄새를 참고 삽으로 푸는 것 보면 내가 언제 냄새나는 것을 직접 손으로 만졌을까 하고 정말 뿌듯했다. 선생님께서는 키위가 열리면 우리는 열 개씩 따 먹으라고 했다. 그 전에 없어질 것 같아서 매일 키위나무가 있는 곳에 가서 확인을 해봤다. 키위나무를 보면서 빈 나무에 싹이 트고 쑥쑥 자라나는 생각을 할 때면 왜 이렇게 흐뭇한 건지 도통 모르겠다. 아직은 새싹이 돋아나지 않은 빈가지 뿐이어서 쓸쓸하기도 했지만 키위가 주렁주렁 달린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확실히 더 생기는 것 같다. 언니들, 친구들하고 열심히 가꾼 키위가 두 달만 있으면 꽃이 피고, 또 두 달만 있으면 열매가 열린다고 생각하니 빨리 여름방학도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중학교에 들어와 일주일 내내 수업만하니 정말 하기 싫어 3월의 어느 날엔 친구들과 함께 과학시간 때 이정희 선생님을 졸라 학교숲 가꾸기를 했다. 친구들은 돌멩이 줍기, 꽃 옮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나만 쉬는 것 같아서 선생님께 도와드릴 것 없냐고 여쭤봤더니 잔디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잔디를 옮기면서 ‘이게 진짜 초록색으로 넓게 퍼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학년 때 학교 숲 만들기를 한다고 정문 옆에 잔디를 바둑판 형태로 심었다. 그렇게 심었던 잔디가 지금은 노랗게 변해 넓게 퍼져있다. 세심하게 쳐다보지 않아서 잔디가 어떻게 커가는 줄 몰랐는데…. 지금이라도 잘 관찰해야겠다.
어느 날 체육 선생님께서 일이 생기셔서 자율학습을 하게 됐다. 온실에서는 이정희 선생님과 어떤 남자 한 분이 일을 하고 계셨다. 잘 됐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도우러 갔다. 휘원이랑 순예는 벌써 나무를 옮기고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가벼울 것 같은 나무를 들었는데 무거웠다.
시간이 지나자 축구하던 재민이랑 상현이도 도와주러 온실로 왔다. 여자들끼리 하다가 남자들이랑 하니까 일이 왜 그렇게 금방금방 끝나던지 나도 힘 좀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아저씨가 동그란 화분 두 개를 수레에다 싣고, 상현이까지 실었는데도 엄청 잘 끄신다. 선생님께서는 그 아저씨는 일을 도와주러 오신 우리학교 선배님이라 하셨다. 나도 한 번 끌어볼 걸 후회하고 있었다.
일이 모두 마무리 될 즈음에 선생님은 흠뻑 땀으로 젖은 우리들에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주셨다.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 먹어서 그런지 황홀했다.
시종이 울리자 우리들은 아쉽지만 더 도와드리지 못하고, 홀로 마무리를 짓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우리들은 교실로 향했다. 그런데 평소엔 게을러 보이던 상현이는 끝까지 혼자 남아서 치우다니 선행상 줘도 될 것 같았다. 여러모로 4-H 활동을 하면서 맨 날 여학생만 괴롭혀서 그 친구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활동을 하면서 이 친구를 다시 보게 되어서 기분은 좋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가 어느 날 암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고 편찮으셔도 이렇게 열심히 집안일을 했던 적이 없었고, 오히려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면서 폐만 끼쳤었다. 이제는 엄마가 집에 오시면 학교에서 4-H 활동을 하던 것처럼 정말 열심히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학교에서 4-H활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도 훈훈한 사랑이 싹트고 있는 것 같다. 그간 외면하던 상현이라는 친구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고, 가족의 사랑을 다시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4-H반 활동을 할 수 있어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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