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격주간 제690호>
<시네마&비디오> 매직아워
인생 최고의 순간

해가 지고 몇 분 동안 하늘은 황금색으로 변한다. 카메라에 담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이 순간을 ‘매직아워’라고 부른다. 인생의 ‘매직아워’는 언제 어떻게 오는 걸까? 하늘의 ‘매직아워’는 비나 구름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규칙적으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인생 속 ‘매직아워’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일 수도 있고, 혹은 너무나 평화로운 순간일 수도 있다.
호텔지배인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는 보스의 여자 마리(후카츠 에리)와 밀애를 즐기다가 들킨다. 보스(니시다 도시유키)는 빙고에게 5일안에 전설의 킬러 데라 도가시를 찾아오면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약속한 날짜는 다가오고 전설의 킬러를 찾을 수 없는 빙고는 묘수를 짜낸다. 바로 무명연기자에게 데라 도가시 역을 시키는 것이다. 빙고는 신인 감독으로 위장해 무명 배우인 무라타(사토 고이치)에게 영화를 찍자고 꾀어 보스에게 데려온다. 카메라는 숨겨져 있다고 이야기하고 대본 없는 리얼한 연기를 요구하는 빙고. 운 좋게 데라 도가시의 연기는 보스에게 먹혀들고 보스는 데라 도가시에게 더 많은 임무를 주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꼬여간다.
이 영화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미티니 고키 감독의 네 번째 영화다. 영화 속에 연극을 녹여낸 것 같은 특징이 있는 그의 영화는 시간과 상황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유머를 만들어낸다. 순간적인 재치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동을 만들기 위해 수학적 계산을 도입한 듯 짜임새가 있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출연진들이다. 각자 인생의 방향이 다른 인물들이 마지막 순간에 얽힌다. 좌충우돌하던 인물들은 마지막 순간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던 꿈을 깨닫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면서 한 순간이나마 진정한 ‘매직아워’를 만나게 된다.
노골적인 풍자나 과격한 묘사 없는 착한 영화로 따뜻한 결말을 그려내는 것은 바로 감독의 철학이다. 코미디 영화를 찾는 사람은 모두 한껏 웃길 바라며 극장을 간다. 하지만 웃음이란 요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전달되지 않는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웃음이 있다. 웃음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작위적인 설정과 상황이 오히려 코웃음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매직아워’가 가지고 있는 절대미덕은 바로 착하고 따뜻한 영화라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는 행복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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