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격주간 제690호>
<사이버백일장 장려상 수상작> 지구는 울고 있다

이기우 회원 〈강원 삼척시 가곡고등학교4-H회〉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물었다. “너에게 있어서 자연이란 뭐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릿속은 캄캄했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하지만 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대로 눈을 떠 버린다면 무언가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잃을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연

다시 내게 물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회오리 무지개가 뱅글뱅글 돌뿐. 이젠 눈이 아파왔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물었을 땐 어제 본 벚꽃이 생각났다.
그 다음엔 물장구치던 어릴 적 기억과 벚꽃이 오버랩(overlap)되더니 생각의 기차는 철로를 따라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절, 그 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때는 여름이었다. 난 수영을 하기 위해 웃통을 훌러덩 벋어 벗리고 있었다. 이미 이전에 수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내 등과 얼굴은 온통 새카맸다. 나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물속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물속을 내려다보니 다슬기가 사방 천지에 넘쳐있었다. 난 가장 크게 보이는 하나를 주워들고는 우리 형에게 외쳤다.
“형아. 여기 다슬기 짱 많아. 이거 따다가 된장국 해먹자.”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다슬기를 따려고 수심 바닥까지 갔다가 숨에 차 오줌을 싸도, 마음껏 물장구 쳐도, 돌을 던져도, 소리를 질러도 자연은 내 모든 것을 받아줄 포용력이 있었다. 이것이 내 자연이다.

구조를 기다리는 지구

하지만 굳게 믿던 믿음이 깨져 버렸다. 처음으로 자연에게도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그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그 다음해의 여름이 찾아왔다. 멋진 여름이었다. 어김없이 다슬기는 풍부했고, 자연은 나를 받아주었고 나를 위해 뭐든 해주었다.
그 뜨거운 여름이 가실 때 즈음 자연은 한계에 도달했고 폭발해 버렸다. 태풍 ‘루사’ 다.
이 모든 것이 나는 온난화 때문임을 알고 있다. 매일 뿜어 대는 이산화탄소와 프레온 가스에 지구는 더 이상 견딜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미 지구는 우리에게 SOS를 청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의 울음을 듣지 못했다.
기후와 인류의 미래를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거 지구의 역사를 토대로 지구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지구의 자연 환경과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예측이다. 인류가 온실 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배출한다면, 지구의 미래는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방향과 달라질 수 있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그 달라진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인 내 동생마저도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배출한다면 곧 우리는 물바다에 살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나도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간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눈을 깜박이며 되새김질 해 봤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가?”, “나 혼자서 뭘 한다고 달라지겠는가?” 라는 말이 머리를 쾅! 하고 후려쳤다. 이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았고, 이제 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확실하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구를 살리는 분리수거

바로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분리수거만 한다면 지금의 온난화를 막을 수 있고, 우리 자손들을 위한 깨끗한 지구를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 입이 쩍하고 벌어져 버렸다. 작은 실천이 이렇게 위대한 결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그래도 혹시 ‘에이 정말 달라지는 게 맞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이 책을 그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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