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1 격주간 제689호>
<시네마&비디오> 순정만화
첫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설렘

누군가를 보고 설렌다는 것은 인생에 흔하지 않은 일이다. ‘순정만화’는 사랑의 설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다.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과 30살 동사무소 공무원, 24살 공익요원과 29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자.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엮여있다.
연우(유지태)는 부모님을 잃고 홀로 외롭게 사는 동사무소 직원이다. 수영(이연희)은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편모 아래서 자랐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서로 절대 어울리지 않는 띠 동갑. 수영이 연우에게 지하철에서 교복에 받쳐 입을 넥타이를 빌리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한편 공익요원 강숙(강인)은 지하철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연상녀 하경(채정안)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경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애정공세를 퍼붓는 강숙.
지하철, 거리, 아이들을 필름카메라로 찍고 다니는 하경과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카메라를 갖고 싶은 수영. 바자회에 내 놓은 추억이 담긴 하경의 필름 카메라가 연우를 통해서 수영에게 가고, 다시 수영이 카메라 속에서 뽑은 추억의 사진들이 강숙을 통해서 하경에게 옮겨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쉽게 찍고 쉽게 버려지는 디지털 카메라와 셔터 한번 누르는데 최선을 다해야하는 필름 카메라의 차이를 사랑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너무나 쉬워지고 가벼워져버린 사랑의 의미를 조금은 진지하게 보려한다. 하지만 경쾌함이나 위트는 절대 잊지 않는다.
‘순정만화’는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원작만화는 2003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 게재되기 시작해서 이듬해 4월까지 총 42회로 구성된 로맨스 작품이다. 영화와의 차이점은 학생이었던 강숙이 공익요원으로 변했고, 연우와 강숙이 친분이 있는 사이가 되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만화는 작은 감정들을 증폭 없이 나열하며 보여주어도 긴 시간을 통해 보기 때문에 감정의 디테일들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혹은 길다면 긴 시간을 통해 하나의 감정을 완결성 있게 만들어내야만 한다. 영화 ‘순정만화’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모티브를 잘 살렸다.
‘순정만화’는 연인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리드미컬한 흐름으로 보여주면서 사랑의 설렘을 강조한다. 순수함을 위해 극적인 감정을 쓰지 않고 첫눈처럼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영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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