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1 격주간 제687호>
나의 사랑 나의 국토 ⑥

남원 흥부마을 풍년 잔치
 박태순 / 소설가

산간 오지 마을 답사가 되는 흥부마을 기행. 오늘의 우리가 참되게 '풍요-자유'를 누리자면 궁핍과 정한의 원천지 답사를 통해 이를 정성껏 몸과 마음 속에 담아보아야 한다.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이뤄져온 마당극 판소리 열두마당 중에서 현존하는 것은 여섯 마당뿐이다. 그런데 춘향가, 흥부가, 변강쇠가는 모두 남원을 배경으로 형성돼 나온 것이었다. 오늘날 남원시는 3편의 판소리문학과 함께 김시습의 고전소설 ‘만복사 저포기’, 그리고 최명희의 근대대하소설 ‘혼불’을 ‘남원 5대 소설’이라 하여 ‘문학도시 남원’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춘향가와 흥부가의 ‘문학지리학’을 계속 발굴하고 있는 중이다. 6만6000㎡(2만여평)의 광한루원과는 별도로 요천의 천변에 11만5500㎡(3만5000평)의 ‘춘향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춘향축제를 벌인다. 남원을 춘향골이라 불러주기 바라면서 ‘한국인의 사랑’이 어떠한지 체험해 보도록 하는 ‘사랑테마 순례 명소’를 마련한다.
그런데 남원은 ‘춘향골’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흥부마을’을 조성하여 흥부축제를 벌인다. 이 축제는 매년 10월 초순에 거행된다. 춘향의 사랑이 단오 절기의 ‘봄 향기 축제’임에 대하여 흥부의 박타령과 발복 사연은 가을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가을 풍년 축제’가 된다.
지리산 들머리가 되는 남원시 주천면과 운봉읍은 대체로 광활한 고원을 이루고 있지만, 인월면과 아영면 지경으로 들어서면 산세는 점점 솟구치며 험해지고 지세는 차츰 좁아져서 협곡 마을들을 만나게 한다. 고지대 환경의 이러한 변화 양상과 차이를 유념해야 흥부가의 문학지리학을 더욱 실감해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흥부마을이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이다. 지난 70년대에 흥부마을을 지정하려 할 적에 생긴 일이다.
마을 유래, 전설과 사적, 그리고 흥부가의 대사를 따지면서 “이 곳이 진짜 흥부마을이다”하고 주장하는 두 마을이 서로 자기 고집을 꺾지 않으려 했던 것. 마침내 두 마을을 함께 공인해주게 되었다. 인월면 성산리는 ‘흥부 태생 마을’로, 그리고 아영면 성리는 ‘흥부 발복 마을’로 지정하게 되었다. ‘88 고속도로’의 지리산 나들목에는 ‘흥부의 고장 남원’이라 써놓은 표지석이 있는데 여기에서 남하하면 인월면이고 북상하면 아영면이다.
인월 성산리의 흥부 태생마을은 자연휴양림의 조성으로 녹색어메니티 사업을 일으키고 있다. 덕두산(1149m)-바래봉(1167m)-팔랑치(1120m)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의 끝머리 쪽에 놓여 있다. 아영 성리의 흥부 발복마을은 철쭉꽃으로 유명한 봉화산(920m) 자락에 있는데 남원의 지리산에서 장수 및 거창의 덕유산으로 뻗는 백두대간 상행코스의 초입 부분이 된다. 흥부 태생마을이 계단식 전답마저 가파르기 그지없는 고산지대라면, 발복마을은 비교적 너른 고원분지를 굽어보는 산간마을이다. 태생지와 발복지의 이 미묘한 차이를 살펴볼 까닭이 있겠다.
흥부마을 흥부축제는 전통농업과 농민문화를 기리는 잔치마당이다. 올해의 축제는 ‘사랑-나눔-보은-행운’을 주제로 하여 펼쳐졌는데, 두 마을 주민들의 터 울림 행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농악 경연대회, 판소리 흥부가 완창대회, 백일장, 박고지와 박 나물 음식잔치 등의 행사와 더불어 특히 ‘흥부 가족상’이 관심을 끌었다. “사랑과 나눔의 흥부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데 6자녀 이상을 둔 가장이라야만 한단다. 전국에서 4인을 뽑는데 이러한 가족상을 수상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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