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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1 격주간 제68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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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백일장 우수상 수상작> 작은 희망 작은 손에서부터 |
김지은 회원 〈경북 문경서중학교4-H회〉
봄을 재촉하던 비가 자주 울던 3월, 휴일이라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우리4-H회는 점촌에 있는 매봉산의 나무심기에 참여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밖에는 우수수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내심 많은 걱정을 했다. 과연 이런 날씨에도 나무심기를 잘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도착해보니 우리 말고도 다른 학교 학생들이 많이 나왔다. 힘이 쫘악 빠지듯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으나 어른들의 설명에 따라 산으로 올라가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다들 얼굴에 열심히 하겠다는 표정들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40분이 지날 때쯤부터 내가 생각했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입에서 점점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비가 오는 악조건 속에서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투정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의 입에선 아우성이, 마음에선 그저 빗소리만 들렸다.
그렇지만 힘을 내 어른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작은 손을 놀렸다. 빗소리와 흙냄새, 땅 파는 소리가 뒤엉켜 머릿속은 그저 멍하기만 하였다. 나의 손에는 지금 작은 기적을 일으킬 작은 생명이 있다. 그런 의식이 깊게 자리 잡아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발하여 땅을 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우리의 작은 생명을 버린 채 돌아선다. 이것이 현실이고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니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만 남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극소수의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작은 힘을 모아서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나 또한 모르는 어른이지만 정다운 분과 함께 늦게까지 산을 둘러보며 어린 생명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충격이었다. 숲 사이에 버려진 나무들, 한곳에 2~3개씩 심겨진 나무들, 그냥 흙에 통째로 묻혀버린 나무들, 쓰레기처럼 길에 버려진 나무가 보였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고, 슬퍼하기엔 너무나 시간이 없었기에 그 슬픈 시간만큼이나 더욱 나무를 심었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봤더니 어른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기에 얘기도 하고 나무도 더 잘 심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다니며 나무를 심었던 어른분이 내가 지쳐갈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나 격려의 말씀을 하셔서 기운이 많이 났었다.
나의 몸에도 한계가 온듯 힘이 빠질 무렵 잠시 휴식을 가졌는데, 그 어른분도 마음이 아프셨는지 아까의 광경을 얘기하시더니 말씀을 잇지 못하셨다. 마치 서로 모르는 사람인 마냥 잠시 동안 고요하게 침묵의 시간을 가졌고, 다시금 말씀을 이어가셨다. “아직 산에 남아서 힘쓰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 우리도 힘내서 하자.” 나 또한 그런 모습을 보며 그 어른분과 계속 산을 둘러보고 나무들의 모습을 보았다.
어른분과 나무를 심고, 다시 뽑고 심기를 반복하다보니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우리 학교에서 나온 4-H회원이었다. 친구의 얼굴을 힘들고 지칠 때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뻤다. 그 친구도 다른 어른분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었다. 비록 힘든 표정이었지만 친구의 노력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나에게 속삭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봉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했고 속이 후련하였다. 한편으로는 힘들고 괴로웠다. 그건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이 다니던 어른분이 우리의 작은 노력이 나중엔 어떻게 되었는지 지켜 보자라고 말하시며 웃으시던 다정하신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고, 왠지 모르게 존경심까지 느껴졌다.
버스를 다시 타고 문경으로 오는 길,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생명만큼이나 노력하고 나무를 심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점촌에서 한 나무심기 봉사는 나에게 많은 선물을 줬다.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이나 소중하고 귀중한 하루였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의 작은 손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 낸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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