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바뀐 주인공, 새로운 시각적 환타지
인류의 적은 누굴까? 외계인 아니면 혹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악당? 히어로 영화는 영웅만큼이나 악당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악당의 성질도 변한다. ‘헬보이2’는 히어로와 악당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다. 주인공 헬보이는 태생이 지옥이라는 영웅적이지 않은 족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적, 누아다 왕자는 바로 요정 나라의 왕자님이다.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을 하는 요정이 악당으로 나왔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자연을 보호하자’일 듯도 싶다.
아주 먼 옛날, 도시를 지배하는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요정은 끝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인간의 공격에 밀린 요정들은 황금군대를 만들어 인간의 세계를 살육으로 몰아간다. 이를 보다 못한 요정의 왕은 결국 평화협정을 맺고 최강의 황금군대를 지하 깊은 곳에 봉인시킨다. 평화 협정을 깨고 자연을 침범하는 인간을 본 누아다 왕자(루크 고스)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협정을 깨고 황금 군대의 봉인을 풀기 위해 나타난다. 그에 맞서서 싸우는 헬보이.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르’는 전작 ‘판의 미로’에서도 요정의 공포감을 그려낸 적이 있었다. ‘헬보이’에서는 바로 요정을 주인공의 적으로 등장시킨다. 요정이 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과 인류의 싸움’이라는 주제적인 측면보다 시각적인 새로움을 주는데 더 영향을 미친다. ‘엘리멘탈’과의 싸움은 백미라 할 수 있다.
숲의 요정 ‘엘리멘탈’은 세상을 부식시킨다. 모든 것을 낡게 만들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요정이다. 헬보이에게 ‘엘리멘탈’이 죽고 나면 ‘엘리멘탈’의 잔해들이 뿌려진 곳에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난다. 요정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이빨요정, 죽음신 등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다소 서양적인 상상력에 기인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조금 낯설 수도 있다.
감독은 자신의 상상력을 발현하기 위해서 ‘생명체 제작부’라는 특별팀까지 만드는 집착을 보였다. 이 팀은 자신이 스케치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캐릭터와 공간을 보는 재미가 영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선과 악이 모호해지고 악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기예모 델 토르’ 감독의 시각적 이미지만을 보는 것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부재가 주는 아쉬움은 남는다.
〈손광수 / 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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