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5 격주간 제686호>
<4-H인의 필독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행복의 참된 의미 깨닫게 하는 생태운동 고전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책장에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꺼내들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나는 청소년을 위한 책 소개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고 있었고, 방송 원고를 쓰겠다는 의도를 갖고 읽었던 게 사실이다. 그 후 개정증보판이 나오고 출판사가 바뀌어 새롭게 번역되기도 했지만, 나는 빛바랜 이 책을 10년이 넘도록 아껴 곁에 두고 이렇게 가끔 꺼내 읽곤 한다.
이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생각한다. “발전이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좋은 것인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작은 티베트로 불리는 라다크의 현지 체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라다크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고 있다. ‘라다크’는 ‘라 다스그’라는 티벳어에서 파생된 말로 ‘산길의 땅’이라는 뜻이다. ‘산길의 땅’으로 불릴 만큼 척박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라다크 사람들은 기쁨이 넘치는 행복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꾸려왔다.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라다크와의 인연은 1975년에 시작된다. 언어연구를 위해 라다크를 방문한 호지는 체류 1년 만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라다크 말을 습득한다. 그리고 공동체에 배어 있는 생태적 지혜에 빠져들게 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 행복은 단순하다. 아무도 가난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에 만족한다. 느긋한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정도로 여가를 즐긴다. 1년에 4개월 일하고 8개월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잔치를 벌이는 이들에게 변화는 필요 없었다. 가난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오래된 미래’의 ‘제7장 삶의 기쁨’ 편을 펼치면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그들은 우리에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묻고 있다.
하지만 라다크에 서구화 바람이 불면서 이들의 삶은 피폐해간다. 자급자족 공동체로 가난을 몰랐던 이들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관광객을 보며 가난을 깨닫게 된다. 공동체는 붕괴되고 주변부 제3세계인으로 전락한 라다크인들은 이제 누구나 가난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것을 본 호지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발전은 허상일 뿐’이며 ‘느림의 철학’으로 생활하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라다크를 지켜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1980년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국제적 조직을 설립한 후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라는 국제환경단체를 이끌었고 1986년에는 ‘대안적 노벨상’인 ‘바른생활상’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생태운동의 고전으로 꼽히는 ‘오래된 미래’는 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현대의 고전 중 하나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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