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회원 〈충남 논산여자중학교4-H회〉
나는 가족들과 농촌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동생과 장난을 치며 가는데, 동생을 놀려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동생은 약이 올라 울면서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엄마께서는 싸울 기운을 아꼈다가 외할머니 댁에 가서 풀을 뽑으라고 하셨다.
동생이 “어디 풀을 뽑아요?” 라고 물어봤더니, 정원 뒤에 풀이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엄마, 정말 재미있겠어요” 라는 동생의 말에 나는 “뭐가 재미있어? 힘만 들지”라고 했다. 엄마께서는 “기태는 항상 부지런한데, 하나는 참 게으른 나무늘보”라고하며 동생 편을 들어 주셨다.
그렇게 아옹다옹하다 보니 벌써 외할머니 댁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대문 밖으로 나와 우리를 반갑게 반겨 주셨다.
동네를 돌다보니 온통 딸기 비닐하우스 천지다. 내일 딸기를 딸 생각을 하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동생은 딸기를 따고 싶다고 정신이 없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동네 딸기 밭으로 향했다. 친척분들이 딸기 딸 일꾼들이 많아서 일찍 따겠다고 웃으시며 반기셨다.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고랑을 맡아서 한 줄씩 들어가니 아주머니께서 딸기 꼭지를 꺾어서 따라며 직접 따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딸기를 따면서 먹고 싶은 만큼 따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딸기를 씻지 않고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아주머니께서 이곳 딸기는 농약을 하나도 치지 않은 딸기라며 걱정하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외할머니와 엄마는 벌써 그릇의 반을 채워 앞으로 쭉 나가 딸기를 따고 계신다. 나도 열심히 따보지만 엄마를 따라갈 수가 없다. 다리가 아파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비닐하우스 안이라서 덥기도 하고, 땀이 계속 난다. 하지만 바구니에 딸기가 가득 차서 다른 바구니로 교체할 때는 신났다. 외할머니께서 “우리 하나가 한 바구니도 못 딸 것 같았는데, 벌써 한 바구니를 땄네. 그 끈기 가지면 큰 인물 되겠는데?”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엄마께 “엄마 들었지요? 외할머니께서 내가 무척 잘한다고 하시잖아.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얼마나 잘하는데.”라며 자랑했다.
딸기를 가까이서 보니 여러 가지 딸기가 다 모여 있다. 동생 같은 작은 딸기, 나같이 조금 큰 딸기, 엄마처럼 잘 익은 딸기, 아빠처럼 큰 딸기. 온 딸기 가족이 우리 가족처럼 다 모여서 살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봄에 딸기 모종을 심어, 여름에는 풀을 뽑아주고 가지도 잘 뻗게 해 딸기가 번져서 다른 새끼 딸기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을에 딸기를 비닐하우스에 심고, 겨울에 난방을 해서 잘 키운 다음, 꽃이 피면 벌을 넣고 수정시켜 우리가 먹는 딸기열매가 열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자식 기르는 것처럼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딸기를 따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왔다고 특별 요리로 불고기를 해주셨다. 딸기 하우스에서 자란 것이라며 먹음직스러운 상추를 씻어주셨다. 한 그릇을 다 먹고, 냇가 위 팔각정에서 동생과 함께 놀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시골에서 일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엄마와 같은 따뜻함이 느껴져 좋구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별들과 달이 오늘 고생 많이 했다고, 장하다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았다.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 흐뭇했다.
“하나야, 다음에는 외할머니 댁에 고추 심으러 가자.” 아빠가 말씀하셔서 나는 좋다고 했다. 엄마가 의아한 듯이 “웬일이지? 우리 나무늘보가 고추를 심는다고 하고, 엄마가 오늘부터 우리 딸을 다시 보아야겠네! 역시 우리 딸은 멋져.”라며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동생이 샘을 내며 “나도 멋져. 엄마, 나도 오늘 딸기 많이 땄어요.” 라고 말해 차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람은 어떠한 일을 하든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을 행복하게 할 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체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