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1 격주간 제685호>
<시네마&비디오> 이웃집 토토로
사소한 일상, 커다란 감동

‘이웃집 토토로’는 ‘원령공주’,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야자끼 하야오 감독이 20년 전에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영화의 공간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미래나 환상의 세계를 많이 다룬다.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는 공간을 1955년 시골의 일상과 자연을 섬세하게 다루며 꿈과 희망을 넘어선 행복을 선사한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과 농부들의 땀 냄새가 나는 푸른 들판, 졸졸거리는 시냇물 등, 세심하게 묘사한 배경은 마치 만화영화가 아니라 현실을 보는 듯싶다.
1995년, 일본의 시골 마을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상냥하고 의젓한 11살의 사츠키와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가득한 4살의 메이, 안경을 쓰고 모범생처럼 생긴 아빠. 그들은 곧 퇴원하실 엄마를 공기가 맑은 집에서 맞이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숲 한복판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집을 보며 사치키와 메이는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잔뜩 들뜬다.
사츠키가 학교에 간 뒤, 언니가 싸준 도시락을 메고 숲에서 놀고 있던 메이는 눈 앞으로 지나가는 조그맣고 이상한 동물을 발견한다. 뒤를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가는 메이.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커다란 녹나무 밑으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녹나무의 정령인 토토로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행복감에 잠에 빠져든 메이가 깨어났을 때는 토토로는 사라지고 없다. 아빠와 사츠키에 이야기해보지만 믿지 않는다.
비가 몹시 쏟아지던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아빠를 기다리다가 사치키도 토토로를 만나게 된다. 아빠의 우산을 토토로에게 빌려주는 사츠키, 토토로는 그 보답으로 나무 열매 씨앗을 준다. 마당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며 토토로와의 비밀스러운 만남에 행복해하고 있을 때 병원에서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전보가 온다. 아빠에게 사츠키가 연락을 하는 사이, 메이가 엄마를 찾아 병원으로 혼자 뛰어가다 길을 잃는다. 온 동네를 뒤졌지만 메이가 없자 울면서 포기하던 사츠키는 토토로를 찾아간다. 토토로가 불러준 고양이 버스를 타고 메이를 찾고 엄마를 찾아가는 사츠키.
이 영화의 감동의 주인공은 바로 4살짜리 꼬마 메이다. 마치 옆에 있는 듯한 현실감 넘치는 메이의 디테일한 행동에 푹 빠져들게 된다. 4살 꼬마 아이의 사소한 웃음와 울음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놀랄 만큼 크다. 아이들은 어쩌면 세상을 끌어가는 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손광수 /
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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