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1 격주간 제685호>
<4-H인의 필독서> 법정 ‘무소유’
이 가을, 마음에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책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푸른 하늘이 점점 높아가는 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껴 읽어온 법정 스님의 산문집 ‘무소유’를 펼쳤다. 책장을 넘기니 청명한 산사의 바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표제와 같은 제목의 글 ‘무소유’에서 문득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법정 스님은 소유함으로 더 커지는 욕심과 집착이 오히려 고통을 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소유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풍요를 낳았고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윤택해졌다.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고 누리게 되었으니, 이제는 소유의 집착을 그만 끊어내도 될 듯싶은데, 인간의 소유욕은 날로 커진다. 때문에 그 욕심과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인간은 행복을 누릴 수 없다.
그렇다면 무소유의 삶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법정 스님은 간디 어록에서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라는 글을 읽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게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3년 동안 정성을 다해 기른 난초 화분에 집착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집착을 끊어내기 위해 며칠 후 놀러온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에게 화분을 내어주고는 얽매임에서 벗어났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순간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을 갖게 된 스님은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로 방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인데 주지 못해서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하면서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짓고 있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바쁜 일상으로 지쳐있을 때,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때, 혼자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그리고 지금처럼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꺼내 읽으면 언제나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 바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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