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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격주간 제68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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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사이버백일장 우수상 수상작> 나의 주말 이야기 |
백진 회원 〈전남 장흥실업고등학교4-H회〉
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항상 엄마, 아빠 일을 도와 드린다. 어려운 일은 못 도와 드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소똥을 치우는 일인 것 같다. 처음에는 힘들고 냄새 때문에 힘들 것 같았는데, 금방 적응을 해서 일은 잘했던 것 같다.
요즘은 기계(트랙터)가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쉬는 날에 날씨가 좋을 때 축사로 간다. 포장도 올리고, 치울 곳 반대쪽으로 소를 몰아 넣어준다. 물론 이런 일은 엄마, 아빠께서 다하신다.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엄마와 들어간다. 사실 아직도 밟는 느낌이 꺼림직 해서 트랙터가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들어간다. 아빠께서 트랙터를 몰고 안쪽까지 들어와 소똥을 쓸어간다. 이럴 땐 정말로 기계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일일이 퍼서 담는 건 정말 사람 죽고 사는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엄마와 나는 삽으로 구석에서 구원을 받지 못한 똥들을 가운데로 모아준다. 대충 다 모이면 아빠께서 한 번 더 왔다 가시면 말끔하게 처리된다.
똥이 모두 치워지면 왕겨를 깔아야 한다. 왕겨도 트랙터 바가지에 싣기만 하고 안에 들어가서 위에 있는 것부터 풀어서 깔아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가끔은 리어카에 실어서 가지고 갈 때도 있다. 리어카 운전하는 것도 어려운데 조금씩 하면 익숙해 져서 요즘은 조금 편하다. 마지막으로 소똥을 끌고 간 자리를 빗자루로 쓸어주는데 빗자루로 쓸어주는 것은 제일 힘든 것 같다. 마지막을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빗자루 질 할 때가 제일 어렵다.
소를 키우면서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가 ‘왕겨’인 것 같다. 왕겨는 쌀 껍질인데, 왕겨 담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왕겨를 담아서도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왕겨만 가져다준다. 담는 일은 알아서 해야 한다.
가끔 가져다주는 날을 잘못 맞춰 비가 오는 날 왕겨를 받게 되는데, 그런 날은 평소보다 더 힘들다. 내가 비 오는 날 가져다준다고 엄마한테 투정을 부리면, 엄마께서는 가져다주는 것도 고마운 것이라고 말하셨다.
얼마 전 동생이랑 단 둘이서 소밥을 주러 갔다. 엄마, 아빠께서 우리 몰래 데이트를 즐기러 가셨는데, 어쩌다 보니까 저녁에 소에게 밥 주는 게 늦어질 것 같아서 아빠께서 전화로 주는 방법을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암소, 수소, 송아지 다들 먹는 양이 달라서 어려웠다.
가장 난감했던 것은 사료를 푸는 것 이였다. 어렸을 때에는 사료포대의 실만 잡아당기면 포대가 풀렸는데, 이번엔 왜 잘 안 풀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풍부한 경험으로 25kg 사료는 거뜬하게 들 수 있었는데 끈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다.
소를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쓰다듬어 주는 것 좋아하는 소를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든다. 물론 내가 만지는 건 좋지만 소가 핥는 건 아직도 무섭다.
부모님을 도와 드리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일에 쉬운 일은 없다. 그중에서 특히 농사는 더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가 정성이고, 크게 이익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보람을 느끼며 하는 것이고, 하루 한번 씩 둘러봐 주고, 심한 장마나 가뭄이 들면 걱정이고, 병이 들어도 걱정이고. 항상 걱정하고 보살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 농사일인 것 같다.
내가 클수록 아빠, 엄마께서는 나이를 드시고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을 많이 도와 드려야 할 것 같다. 엄마, 아빠께서만 하려고 하면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쉬는 날에 도와드려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리고 동생들도 내 뒤를 이어 일을 잘 도와주길 바란다. 특히 여자인 내 팔뚝에 근육이 생기려는 것을 본받아 예쁜 동생들이 잘 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 막내가 남자니까 크면 누나들 보다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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