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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5 격주간 제6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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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인의 필독서>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
‘천국에 이르는 길’ 진지하게 고뇌한 작품
인간은 누구나 천국을 꿈꾼다. 그리고 천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특히 현실의 삶이 각박할수록 천국에 대한 열망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국에 이르는 길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천국을 포기할 수 없다면, 지난 7월 3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청준이 펼쳐 보이는 천국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청준은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당신들의 천국’은 1976년 출간된 이래 독자들의 영혼을 사로잡아온 현대의 고전으로 ‘천국에 이르는 길’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고뇌하는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현역 의무장교인 조백헌 대령은 나환자촌인 소록도 병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고자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나환자들은 알고 있다. 조 원장이 자신들을 진정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문둥병 환자로 멸시하고 있고, 나환자들 위에 군림하여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열 몇 번이나 바뀌었던 전임 원장들과 마찬가지로 조백헌 원장 역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기만과 허위에 찬 인물에 불과하다.
작품의 배경인 소록도는 아름답게 가꾸어진 천국이지만 ‘갇힌 공간’이며 ‘지옥’이다. 소록도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은 섬을 탈출하는 것이다. 조백헌 대령은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나환자들에게 원장의 열정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의 철조망’일 뿐이다. 그는 남다른 신념과 적극적인 실천력을 통해 소록도를 새로운 천국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그가 계획한 것은 매몰 공사. 그는 21개월이나 걸린 공사 기간 동안 나환자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그러면서 조백헌은 자신의 순수 의지가 현실적으로 소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가 아무리 열성을 보여도 섬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전 원장들의 전철을 되밟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조 원장은 섬사람들과 완전한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오랫동안 갈등하고 번뇌하게 된다.
진정한 천국이란 무엇인가?
소록도 나환자들이 꿈꾸는 천국은 자신들의 선택과 변화 가능성,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만 했다. 지배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소록도는 진정한 천국이 아니라 오히려 지옥일 수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조 원장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조 원장은 원생들의 싸늘한 시선과 외면을 뒤로한 채 소록도를 떠난다. 그리고 5년 뒤 평범한 시민으로 소록도에 돌아온 조 원장은 미감아 두 사람의 혼례식 주례를 맡는다. 그리고 나환자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닌 그들과 동일한 인간으로 돌아옴으로써 그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가을, 천국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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