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선 회원 〈전라북도4-H연합회〉
성경에서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4-H의 지·덕·노·체 4가지의 이념 중에서 제일은 무엇일까? 명석한 머리, 충성스런 마음, 건강한 몸도 중요하지만 그 중에 제일 위대한 것은 봉사하는 손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지만 그것은 마음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야 진정한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년 전 일이 생각난다. 4-H회원들과 함께한 숱한 봉사활동 중에서도 자꾸 이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익산의 명산인 미륵산을 오르며 자연보호 캠페인과 쓰레기 줍기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날은 웬일인지 봉사활동에 참여한 회원이 고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야 흥도 나는 법인데, 참여한 회원이 적어서인지 그날의 출발은 어째 신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푸른 새벽빛이 하얀 햇살로 바뀔 즈음 우리는 그 햇살을 등지고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하는 사람이 많은 산이라 그런지 등산로는 잘 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무의 가지는 꺾여 있었고, 곳곳의 버려진 쓰레기며,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흔적까지도…. 자연은 우리에게 대가없이 주기만 하는데도 우리네 사람들은 받는 것에만 너무 길들여지기만 했지, 좀처럼 아끼고 사랑할 줄은 모르는 것 같다.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고 등산객들에게 자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우리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공자는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고 하였다는데, 나는 태산의 몇 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미륵산에 오르고서도 천하가 작아보이기는 커녕 ‘내가 알고 있던 익산이 이렇게 넓었던가!’라는 생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소소한 인간에 불과한 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똑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릇에 담길 만큼만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좀더 큰 그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고 나니 하늘이 좀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 나를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쓰레기를 주우며 올라온 터라 시간은 많이 흘렀고, 정상에서의 감격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서둘러서 내리막길로 발길을 옮겼다. 산을 오를 때보다는 더 가벼이 내려올 수 있었다. 가지고 갔던 마대자루는 점점 무거워지고 우리의 몸도 점점 지쳐갔지만 우리가 흘린 땀방울에서, 우리의 숨소리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땀의 가치, 봉사의 보람, 나눔의 즐거움. 우리는 4-H를 통해 삶을 알아가고 느끼고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출발할 때와는 달리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고, 내려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인원이 출발하였는데, 내려와 보니 그의 배가 넘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주우며 함께 걸어온 사람들은 그저 4-H회원만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려오는 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쓰레기만 줍고 있었나보다. 후회와 아쉬움에 뒤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성공의 실마리라 여기지만, 뿌듯함에 뒤돌아보는 것은 자만이라 생각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일부러 뒤돌아보지 않는 나의 습관 탓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작은 뜻이 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함께 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우리가 4-H활동을 하는 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4-H활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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