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나 연 회원 〈경남 창원 봉림중학교4-H회〉
사랑하는 나의 엄마께.
엄마, 엄마의 딸이 또 타지로 나와 있어요. 짙은 밤에 친구와 떠들고 웃고, 밝은 낮엔 학생으로서의 무언가를 배우고 움직이려 결국엔 나와 버렸네요.
다 큰 여자애가 무슨 외박이냐고 핀잔주셨지만, 결국엔 고집불통 딸내미를 보내주는 우리 엄마. 다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라 걱정스레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 있잖아요. 난 놀러가고 구경 가는 게 아니에요. 배우러 가고 체험하러 가는 거예요. 학생이 배움을 얻으러 가는 것을 어떻게 위험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엄마, 이 못난 딸은 걱정하지 마세요. 한 순간의 실수로 다치더라도 그건 커 나가기 위한 성장통이고 금세 잊을 작은 상처니까요.
지난번에 도대체 4-H가 뭐길래 이렇게 큰 행사 같은 걸 하느냐고 물으신 적 있으셨죠? 그 땐 자세히 몰라서 “청소년이 학생다움과 지·덕·노·체를 배우러 활동하는 것”이라고만 대답했었어요.
그런데 웬만큼 4-H에 익숙해진 지금도 그 답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또 다시 물으신다면 저는 똑같이 대답할 거예요. 4-H모토가 “실천으로 배우자(Learn by doing)”라고 하니 제 말이 틀린 말만은 아닐 거예요. 그렇죠, 엄마?
4-H의 상징은 네잎클로버예요. 초록잎의 네잎클로버 위에 지(智), 덕(德), 노(努), 체(體)가 새겨져 있는 이념들이 4-H를 잘 나타내주고 있어요.
원래는 지·덕·노·체가 아니라 머리(Head), 가슴(Heart), 손(Hands), 건강(Health)이라고 표기했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방식으로 표기를 고쳤다는 거예요. 그걸 저는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의 선진문물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보다 우리 고유의 것으로 고쳐 수용하는 거요. 땅을 사랑하는 것과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 사람에게 참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가르침을 받는 것도 모두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농사’라는 것도 좋고요.
어쩌면 이것들 때문에 매번 땀을 흘리면서도 계속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가을철의 금빛수확물처럼 잘 익어가는 생각이 종종 들 때도 있고요. 4-H활동을 하면서 점점 차분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감정을 절제하며 웬만하면 먼저 사과한다던가 하는 거요. 예전이라면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기저기 날뛰었겠지만요.
그런 말 있잖아요? 잘 익은 벼일수록 고개를 숙인다고요. 정말로 나는 4-H로 인해, ‘사람농사’로 인해 풍성히 익어가는 땀과 노력의 결정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 그러니까 가령 함수라던가, 문장 해석하기 같은 것도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되지만, 전 그래도 그것들과 함께 4-H를 계속해서 배우고 싶어요.
제가 지금 중학교 3학년이고, 이제 고등학교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서 훗날 이득을 봐야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엄마가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다고요. 엄마, 나 잘 이해하고 있어요. 깨닫고 있어요.
하지만 인성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 할 수 있을까요? 난 아니라고 생각해요. 난 진짜 ‘적절히 익은’ 수확물이 되고 싶어요. 덜 익지도, 더 익지도 않은, 적절히 익은 수확물이요. 그러기 위해 지금의 제겐 4-H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시사철 푸르게 피어있는 네잎클로버를 깨달으며, 흙에 손을 대고 자연을 바라보며, 땀을 사랑하며 커가고 싶은 걸요.
엄마. 제가 또 4-H활동으로 집을 며칠 비우게 되면 걱정하실 것 잘 알아요. 하지만 엄마가 끝에는 잘 다녀오라고 보내주실 것도 알아요. 엄마. 항상 죄송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걱정시켜드린 대신 올바른 사람이 될게요. 사람농사 짓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람되기운동’이라잖아요?
며칠 뒤엔 다시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네요. 엄마. 걱정 말고 편히 계세요. 곧 다시 돌아갈게요. 사랑해요.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