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을 위해 무너지는 캐릭터들
포스터를 보고 생각했던 영화는 마이클만 감독의 ‘히트’였다. ‘히트’는 형사와 범죄자라는 두 사나이의 태생적 비극을 하드하게 다룬 영화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친구’, ‘태풍’등을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이었기 때문에 하드한 남성 액션버디 영화로 생각했다. ‘오션스 일레븐’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새로운 기대도 생겨났다.
대낮 도심 한가운데에서 현금 수송차량 강탈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현금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범인들만 도망쳐버린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바로 그 뒤에 도착한 경찰이 진짜 현금 강탈 팀이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돈을 한번에 강탈하는 것이 무리였던 범인들은 바로 현직 형사의 흉내를 내면서 유유히 돈을 털어간다. 이 조직의 대장은 바로 안현민(차승원)이다. MBA출신의 지적인 범인, 그리고 그 범인이 흉내 낸 형사는 바로 백성찬(한석규)이다. 김현태(송영창)의 사건을 추적하다 위기에 몰려 사표를 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던 백성찬은 결국 안현민을 쫓기 시작한다. 그런데 안현민의 목표는 현금이 아니라 제주도로 밀수해서 들어오는 김현태의 금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백성찬은 밀수된 금괴가 안현민에게 넘어가기 전에 수거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안현민의 아버지가 김현태에 의해 몰락했다는 것을 알게 된 백성찬은 두 사람의 목적이 김현태로 귀결되는 것을 알고 웃음을 짓는다. 결국 백성찬은 안현민이 김현태를 몰락시키는 데 암묵적 동의를 하고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조금은 진부한 영상과 이야기의 구성을 넘어서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호연이다. 차승원, 한석규 그리고 ‘놈놈놈’에 이어 악의 화신 김현태로 변신한 송영창의 연기는 눈 여겨볼만하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은 ‘오션스 일레븐’ 같은 범죄 장르의 트릭과 반전에 녹아들지 못한다. 범죄 장르 이야기의 신선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치밀하게 세공하는 데까지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치 ‘히트’와 ‘오션일레븐’이 만나서 ‘히트’도 ‘오션일레븐’도 아닌 영화가 나온 듯 했다.
결국 치밀하게 세공하지 못한 이야기는 각 캐릭터들이 자신의 행동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에 이른다. 엔딩으로 갈수록 극을 끝내야한다는 부담감에 인물들의 대립은 사라지고 배우들의 호연은 극 속에 묻힌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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