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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1 격주간 제6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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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인의 필독서> 내훈 (內訓) |
훌륭한 여성의 교육 지침서
“가난한 사람은 그 가난함을 편하게 여겨야 하며, 부자는 그 부유함을 경계하여야 한다.”
소혜왕후 한씨가 지은 ‘내훈(內訓)’에 수록된 이 말은 빈부의 격차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사회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이씨여계(李氏女戒)’에 나오는 이 교훈을 인용하면서 소혜왕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난하면서도 스스로 편안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그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결국 여기저기서 재물을 구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얻으려던 재물을 얻지 못하게 될 때에는 그로 말미암아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리하여 집안들이 서로 가볍게 여기는 은혜마저도 꼭 교환을 하려 하여서 정이 엷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부유한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자랑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남을 업신여기는 오만한 모습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푸근하며 부드러운 얼굴빛은 어디로 나타나겠는가. 포근하고 부드러운 얼굴빛을 버리고 교태스러운 모습이나 꾸민다면 이는 경박한 부인이 되는 것이다.”
굳이 토를 달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여겨진다.
매 쪽마다 구절구절 훌륭한 교훈을 전해주는 ‘내훈’은 우리나라 여성교육을 위한 대표적인 저서라 할 수 있다. ‘소학’, ‘열녀’, ‘명심보감’ 등에서 언행에 규범이 될만한 대목만을 가려 뽑았는데, 왕후는 어버이의 자식으로서, 지아비의 아내로서, 자식의 어머니로서, 시집의 며느리로서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위치와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말씨와 행동 방식, 부모에 대한 효행, 결혼할 때 지켜야할 일, 부부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일, 어머니로서의 역할, 이웃 사람과의 화목한 생활, 검소하고 체면을 지키는 생활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면 “남편에게 허물이 있으면 말을 완곡하게 돌려서 간하고, 이로움과 해로움을 펴가면서 설득을 하고, 온화한 얼굴빛과 순한 말씨를 써야 할 것이다. 만일 남편이 몹시 화를 낼 경우에는 기다렸다가 기분이 풀렸을 때 다시 간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어린 아이에게 허물이 있음은 모두 어머니의 양육 탓이니, 기르기를 정성껏 지성으로 했으면 비록 뉘우친다 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자식이 어리석고 못난 것은 진실로 어머니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니, 어머니여 어머니여, 자칫 그 허물을 다른 곳에 핑계하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왕가나 사가의 인간관계, 왕과 신하, 부모자식간 대소의 가족관계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실례로 들어 여성의 부덕을 강조했다.
당시 봉건시대와 21세기 현대사회의 윤리관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교훈의 깊은 뜻은 오늘날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귀중한 것들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던 당시에 씌어진 이 책에서 소혜왕후의 가르침은 여인들의 무조건적인 순종과 복종이 아니었다. 표면상으로는 여성을 남성보다 하위에 두었으나, 내면적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해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마음을 닦고 정진하여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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