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5 격주간 제682호>
<시네마&비디오> 배트맨 - 다크 나이트

환타지 만화서 탄생한 사실주의적 슈퍼히어로

1989년 ‘팀버튼’ 감독에 의해서 ‘배트맨’ 1편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2편이 만들어졌고, 그 후 ‘조엘슈마허’ 감독으로 바뀌면서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과 로빈’이 만들어졌지만, 흥행에 참패하면서 배트맨은 사라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각인되는 슈퍼히어로 중 한명임은 분명했다. 고담시라는 상상의 도시에 존재하는 상상의 범죄자와 ‘배트맨’. 하지만 2005년 사실적인 범죄영화를 만들어 왔던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 ‘배트맨 비긴스’를 시작으로 사실적인 느낌인 ‘배트맨’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완성품처럼 보이는 ‘다크나이트’가 올 여름 찾아왔다. 블록버스터의 룰과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전작에서 만들어낸 사실적인 ‘배트맨’을 더욱 심화시키고 현실반영까지 이루어낸다.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입술에 빨간 루주를 바른 조커(히스레저) 일당이 중앙은행을 습격해 거액을 강탈한다. 하지만 조커가 노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바로 ‘선’의 상징인 배트맨이다. 낮에는 기업인으로 밤에는 배트맨으로 고담시의 평화를 지키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새로 온 지방 검사 하비 덴트(아론 엑하트)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자신처럼 얼굴을 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범죄와 맞서는 검사의 모습이 바로 고담시에 필요한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라 여긴다.
일반적인 흑백 구조로 흘러가기 쉬운 구조에 배트맨과 조커 사이에 하비를 끼워 넣으면서 영화는 입체감을 더한다. 가면으로 정체를 감추지 않고 고담시의 미래를 책임질 영웅, 하비는 바로 부르스가 꿈꾸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선에 대한 극단적인 믿음이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꺾이자, 곧바로 악의 영역에 투신하는 하비는 선과 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내내 나오는 하비의 동전은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선과 악이 지니고 있는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이다. 처음에 하비의 동전은 양쪽 다 앞면만 그려져 있는 동전이었지만, 애인의 죽음과 함께 한쪽 면에 불에 그을리면서 검게 변한다. 선은 악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조커의 주장처럼 하비가 변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포터 놀란’이 그려낸 배트맨은 상상 속의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저 특수한 무기를 장착하고 무술을 배운 선과 악이 공존하는 대변자일 뿐이다. ‘다크나이트’는 바로 고담시, 아니 인간의 삶 속에서 언제나 변해가는 선과 악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활동현장> “숨겨진 너의 실력과 끼, 마음껏 보여줘”
다음기사   학교4-H회 활동 지도능력 배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