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5 격주간 제682호>
<4-H인의 필독서> 만남

다산의 인간적 기질·운명적 사연 그려

이 책은 조선조 말의 실학지 정약용과 그의 조카 성(聖) 정하상 바오로를 중심으로 이 땅에 천주교가 보급되던 시기의 박해와 포교의 역사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여느 다른 역사소설들처럼 왕조를 중심한 극적 사건을 흥미 본위로 다룬 것이 아니고, 다산이라는 뛰어난 인물의 성격과 사상과 운명, 그리고 내적 고민을 그린 작품이다.
다산은 실학의 개척자인 동시에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왜 당시의 학계 및 사상계의 주류이던 성리학에 만족하지 않고 실학쪽으로 나갔는가. 또 종교적인 면에서도 그의 조상들이 숭상하던 유교에 만족하지 못하고 탄핵의 대상이던 천주교를 택했는가.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다산의 인간적 기질적 측면과 운명적 만남의 사연들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천주교가 처음 이 땅에 전해질 때는 하나의 학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종교로서 인식, 보급된 것은 관리들의 학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궁핍한 서민들이 천주교의 평등, 사랑, 구원의 복음에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다산 한 사람을 그리는 전기가 아니라 그의 조카 정하상을 포함한 그의 가족 가문의 여러 인물들과 당시 그와 인연이 깊었던 여러 학자들을 종횡으로 엮으면서 당시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다산은 자신이 서학을 믿은 것이 아니라 외래 학문의 일종으로서 읽었을 뿐이라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교우들로부터 배교자라는 원망을 듣는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을 거슬러 물의를 빚고 무서운 박해로 일가족이 몰살당해야 하는 끔찍함에 염증을 느꼈고, 반면 조카 정하상은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의 믿음을 지키고 그로 인해 순교의 길을 걷게 된다.
현실적 삶과 절대적 믿음이라는 두 가지 사이에 선 인간들의 모습을 두 사람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다산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끝없는 동경, 열정을 볼 수 있다. 그의 비범한 총명과 지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가치관에 안주하지 않고, 그보다 새로운 것을 찾아 끝없이 나아가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배울 수 있음은 물론, 다산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의욕과 정열을 통해 교훈을 얻을 것이며, 한국인의 생활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질적인 종교문화에 대한 우리 민족의 대응과 자신의 믿음을 굳게 지키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온갖 박해 속에 많은 순교자를 내면서 뿌리를 내린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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