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5 격주간 제682호>
<2008년 사이버백일장 초등부 최우수상 수상작> 4-H 초보회원의 좌충우돌 벼 재배 이야기

박근수 회원 〈경기 시흥시 진말초등학교〉

학교 주변에서 친구들과 함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 잎 클로버 찾기 놀이를 하였는데, 화단 모퉁이에 조그맣게 돋아나 있는 클로버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얼른 책을 꺼내 그 사이에 집어넣은 후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동생에게 보여 주었다. 오랜만에 본 네잎 클로버여서일까?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행운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잎 클로버의 모양은 4-H활동의 상징을 의미하는데, 아마도 너희 학교에도 관찰이나 실천을 통해 체험하는 그런 활동이 있지 않을까?”
엄마와 학교에서 일어났던 재미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덧 잠잘 시간이 되어 한쪽에서 눈을 비비고 있는 개구쟁이 동생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 때 얻은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이었을까? 4학년으로 올라오면서 나는 4-H활동반원이 되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4-H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날, 젊고 멋진 남자 선생님께서 오셨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1년 동안 4-H활동을 지도해 주실 거라며 우리들에게 소개해 주셨다. 친구들과 활동했던 여러 과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벼 재배’ 활동이었다.
4-H선생님께서는 큰 봉고차를 타고 오셨는데, 호기심이 발동한 나와 친구들은 우르르 달려가서 무엇이 실렸을까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시며 차 안에서 많은 박스와 화분들을 우리들 앞에 내려놓으셨다.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은 같이 나르느라 허리도 아프고 땀도 흘렸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는 설명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말씀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궁금한 것은 질문도 하고 종이에 옮겨 적었다.
벼 재배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나와 친구들은 선생님이 주신 박스를 들고 마음속으로 ‘앞으로 잘 키우겠다’라고 다짐하면서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갔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이것저것 얘기를 한 다음 탐구방법과 관찰일지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에 대하여도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날은 흙톨 볍씨 심는 순서대로 재배 화분에 담아서 햇볕과 자연바람이 잘 통하는 아파트 베란다 쪽에 화분을 갖다 놓았는데, 옆에 계시던 엄마가 나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는지 까르르 웃으시면서 “꼭 어미닭이 달걀을 품는 듯이 상자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구나!”라고 하셨다. 처음 며칠은 용기에 물을 보충해 주는 것을 반복했는데, ‘정말 싹이 트는 것일까?’ 가슴을 졸이면서 기다렸다. 일주일쯤 되었을 때 물방울 크기의 연두색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그 때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뻐서 아침에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였다. 4-H활동이 아니었으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나는 정말 행운아야!’라고 외쳤다.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줄기가 자라나면서 고개를 숙이는 줄기 또한 많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동생이 베란다에 있는 벼를 보면서 “형아! 얼른 나와 봐! 벼가 다 노랗다.” 놀란 눈으로 나가 보니, 대부분의 노란 줄기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벼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초보가 선생님께 여쭈어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재배하는 방법에 대하여 서로의 경험을 교환하며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벼의 성장을 지켜보는 동안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부모님께서 나와 동생에게 사랑과 정성을 기울이듯이 말 없는 식물인 벼에게도 사랑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이번 벼 재배를 통하여 농부들이 한 톨의 쌀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번 4-H활동을 통하여 ‘실천을 통해 학습한다’라는 활동의 기본 취지를 이해하였으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어른이 되더라도 볍씨를 재배했던 경험은 어려움이 다가설 때마다 많은 용기를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동안 엄마한테 밥투정도 부리곤 했는데 앞으로는 쌀로 지은 밥을 잘 먹겠다는 다짐도 했다.
초등학교의 많은 친구들이 4-H 활동을 통하여 머리엔 명석한 지혜, 개인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 부지런함,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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