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거안제미(擧案齊眉)
이야기로 풀어보는 한자성어


눈을 아래로 깔고 밥상을 눈썹 위로 들어올려 바침
후한 시대 부풍군 평릉현에 비록 집은 가난하지만 절개가 곧은 학자가 있었는데, 자(字)는 백란(伯鸞)으로 양홍(梁鴻)이란 사람이었다. 그런데 같은 현의 맹가(孟家)에 몸이 뚱뚱하고 얼굴도 못난 맹광(孟光)이라는 딸이 있었다. 나이가 서른이 넘어 혼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좀처럼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자 부모는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연유를 묻자, “양백란(梁伯鸞) 같은 훌륭한 분이라면 기꺼이 시집을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양홍은 이 처녀에게 청혼을 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양홍은 새색시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 색시가 하도 궁금하여 자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 연유를 캐묻자 양홍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바랐던 여자는 비단옷을 입고 분을 바르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함께 누더기 옷을 입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그런 여자였소!”
이 말을 듣자 양홍의 색시는 말했다. “이제야 당신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당신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양홍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그녀에게 덕요(德曜)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둘이서 산속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베를 짜면서 생활했다.
그러나 왕실을 비방하는 양홍이 지은 시로 인해 장제(章帝)에게 쫓기게 되자, 이들 부부는 오(吳)나라로 건너가 고백통(皐伯通)이란 명문가의 방앗간에서 날품팔이를 하며 지내게 됐다. 힘든 가운데도 양홍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의 아내는 밥상을 차리고 기다렸다가 눈을 아래로 깔고 밥상을 눈썹 위로 들어 올려(擧案齊眉) 남편에게 공손히 바쳤다고 한다.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으로써 내외가 서로 신뢰를 쌓고 가정을 화목하게 함을 이르는 교훈의 말이다.

 

擧 : 들 거
案 : 소반 안
齊 : 가지런할 제
眉 : 눈썹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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