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1 격주간 제681호>
<시네마&비디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서부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서부영화는 1940~50년대 헐리우드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장르다. 황무지에서 총잡이가 악당 혹은 인디언을 물리치고 서부의 정착민들을 구하고, 기독교를 전파한다는 권선징악의 줄거리였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70년대를 전후에서 새로운 장르인 수정주의 서부영화가 출현한다. 수정주의 서부영화는 과거의 서부영화와 다르게 주인공이 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욕망을 쫓는다. 대표 감독으로 세르지오 레오네가 있고 그 대표 영화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 GOOD, BAD, UGLY’였다. 바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은 제목까지 유사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영화의 인물구도와 줄거리를 그대로 옮겼다. 무정부적인 서부가 아니라 일제식민지하의 만주 벌판에서 오로지 돈을 위해 존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놈놈놈’의 세 주인공 윤태구(송강호), 박창이(이병헌), 박도원(정우성)은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욕망을 충실히 따라가는 인물이다. 윤태구는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훔치고 빼앗는 인물이고, 박창이(이병헌)는 돈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자존심 강한 청부살인 업자다. 그리고 박도원은 윤태구나 박창이 같은 현상범을 잡아 돈을 버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3명의 인물이 얽히는 것은 가네마루 손에 들어간 수수께끼 지도 때문이다. 기차를 털던 윤태구의 손에 우연히 수수께끼 지도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도를 노리고 들어왔던 박창이, 그리고 박창이를 잡기 위해서 쫓아왔던 박도원 세 인물이 얽힌다. 윤태구는 수수께끼 지도에 보물이 있다고 믿고 찾아 나서고, 박창이는 자신의 자존심을 꺾은 윤태구를 잡기 위해 길을 떠나고, 박도원은 박창이와 윤태구를 잡기 위해 출발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물이 수수께끼 지도를 향해 움직이게 된다. 영화의 볼거리는 눈을 현혹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플롯의 공백을 매울 수 있을 만큼 인물들의 깊이감은 느껴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았다. 2시간 동안 눈은 정신없이 즐겁지만 극장에서 나올 때 가슴에 남는 것은 그냥 세 명의 인물에 대한 추억뿐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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