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 고향의 맑은 시내가 지금은 너무 오염돼 안타깝다. 생명의 젖줄인 강물은 메말라가고 삶의 안식처인 숲도 난개발과 환경훼손으로 나날이 황폐해져 간다. 산야에 지천으로 피던 붓꽃, 동자꽃, 범꼬리, 물오이풀 등 야생화도 희귀종 반열에 올랐다.
밤하늘에 아름다운 무늬를 그리며 날아다니던 ‘신비의 빛’ 반딧불이도 무주구천동 축제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빨랫줄에 일렬로 앉아 지지배배 짖어대던 제비를 본지도 까마득하다. 제비가 사라지는 것은 생태환경이 위험수위임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자원고갈로 원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수질오염과 가뭄으로 마실 물이 줄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태풍과 쓰나미, 사이클론과 허리케인 등 기후관련 자연재해는 온실가스배출 등으로 지구를 뿔나게 만들었고, 결국 그 피해는 인간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3년에 걸쳐 4-H신문에 ‘생태기행’을 연재한 것은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듯 필자에게는 행운이었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생명의 희망을 발견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전언도 큰 힘이 되었다.
강화도 갯벌을 시작으로 중국 황산의 ‘황산송’까지 국내외의 생태현장을 소개했다. 30여년 언론현장에서 일하며 국내외를 두루 누볐던 체험이 큰 자산이었다. 가장 기억나는 곳은 강원도 인제 향로봉 야생화 탐방이다. 모 신문사 생태취재팀과 함께 군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고 정훈장교의 안내를 받았다. 향로봉 들머리에서 1박하고 새벽에 출발하여 향로봉 정상에 오르니 운해(雲海)가 거대한 산수화를 펼쳐놓아 찬탄이 절로 나왔다. 금강산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의 거리다.
고산지대에만 자라는 세계적 희귀식물 왜솜다리 군락지를 발견한 감격이 생생하다. 바위틈에 앙증맞게 피어있는 돌양지꽃, 은하수처럼 띠를 지어 무더기로 피어난 금매화, 노란색 고깔모자를 닮은 노란물봉선화, 당개지치와 홀아비꽃대, 꿩의 다리 등 이름만 들어도 살가운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천상의 화원’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생명의 꽃을 피운다.
또한 강원도 양구 대왕산의 용늪은 국내 최대의 고층습원으로 ‘자연사의 타임캡슐’이다. 1772종의 생명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창녕 우포늪은 오는 8월 ‘람사르총회’가 열려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 될 생태현장이다. 흑산도 장도습지와 함께 세 곳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세계가 그 가치를 인정하여 의미가 크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환경과 생태복원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의 양재천과 성내천으로 재첩이 서식하는 ‘청정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산업화 후유증으로 시커멓게 죽어가던 태화강도 ‘오염지대 울산’의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대구의 도심을 관통하는 금호강도 죽음의 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났다.
지난해 8월 이글이글 타오르는 폭염 속에 소백산 죽령 옛길 자연관찰로를 탐방하다가 더위를 먹어 고생했던 것도 되돌아보니 새롭다. 해외의 생태현장을 게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농촌과 자연을 지키는 4-H 정신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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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부근에서 발견한 왜솜다리 군락지. |
거대한 산수화를 펼쳐놓은 향로봉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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