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격주간 제679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1000년의 기품 서린 ‘황산송’

중국 황산 소나무

중국 앙쯔강 하류 안후이성(安徽省)에 위치한 황산(黃山)은 1990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자연유산이다. 남북 40㎞, 동서 30㎞에 걸쳐 있는 황산은 72개의 산봉우리, 34개의 동굴, 24개의 계곡, 3개의 폭포를 품은 명산이다.
“오악(五岳)을 둘러보니 모든 산이 눈 아래보이고, 황산에 오르니 오악이 눈에 차지 않는다.” 명나라 때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인 서하객(徐霞客)의 칭송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황산에 오르면 안다. 기기묘묘한 바위와 그 위에 우뚝 선 소나무, 바다를 연상케 하는 운해가 거대한 수묵화를 그려 놓았다.
황산시에서 황산의 관문까지는 속초시에서 설악동처럼 1시간 정도 걸린다. 황산대문을 지나자 버스는 미시령고개를 넘듯 험준한 산악도로를 굽이굽이 올라간다. 황산은 해발 1000m를 기준으로 아래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고, 위로는 소나무가 산봉우리와 바위에 뿌리를 내려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한다.
황산의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구름바다에 ‘황산송(黃山松)’ 노거수가 장식으로 얹히며 황산의 절경은 완성된다. 황산 소나무의 특징은 전나무처럼 줄기가 꼿꼿하고 가지는 양손을 벌인 듯 반듯하여 기품이 넘친다. 우아하고 기이한 생김새에 따라 이름을 붙였고, 소나무마다 전설이 서려있다.
옥병봉 중턱 평평한 암반사이에는 팔을 벌려 손님을 맞는 듯한 형상의 영객송이 반긴다. 1600년 넘게 묵었다는 이 노송은 황산의 상징이다. 영객송 반대쪽에는 손님을 배웅하는 송객송이 정중하게 서 있다.
황산에는 이름을 가진 노거수만 31그루다. 영객송을 비롯하여 송객송, 와룡송, 심해송, 흑호송, 공작송, 단결송, 연리송, 기린송, 하프송 등 열 그루를 따로 떼어 10대 명목이라 부른다. 특히 바위에 붓을 꽂아 놓은 듯한 몽필생화(夢筆生花)는 1970년대 초에 고사했으며 지금의 소나무는 예전 모습 그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시신봉 주변으로는 기린을 닮은 기린송(麒麟松), 한 뿌리에서 나서 두 줄기로 갈라진 연리송(連理松), 우산처럼 펼쳐진 소나무 위에서 검은 호랑이가 누워 잠을 자는 것을 보았다는 흑호송(黑虎松), 땅 위에 드러난 소나무뿌리가 용의 발톱을 닮은 용조송(龍爪松) 등이 눈길을 끈다. 황산에는 꼬리 짧은 원숭이와 선녀화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다.
황산개발은 실용주의에 맞춰 이뤄졌다. 개발 전 황산에는 대나무 집과 양철가옥이 난립해 있었으나 쓰레기와 수질오염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모두 철거했다. 등산로 파괴와 토사유실 방지를 위해 수직절벽의 허리에 14만여 개의 계단식 길을 냈다. 계단 길은 마치 벼랑에 걸쳐진 구름 위를 걷듯 오금이 저리고 아찔하다.
산상호텔의 세탁물에서 식재료 세정까지 황산 밖으로 들고 나와 하도록 했다. 황산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벌금이 15만원 정도로 만만찮다. 산 위에서 따로 5시간 교육을 받거나 1개월가량 황산청소에 동원 될 정도로 엄격하다. 한해 2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황산이 유네스코로부터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실용적 개발, 엄격한 관리다.

 

우산처럼 펼쳐진 소나무 위에서 검은 호랑이가 누워 잠을 자는 것을 보았다는 황산의 흑호송(黑虎松). 황산의 희귀 야생화 '선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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