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민 지 회원 〈충남 논산여자중학교4-H회〉
꽃비 흩날리는 계절이 되어 만발한 벚꽃을 보고 자연은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재밌게 읽었던 ‘과수원을 점령하라’ 라는 책도 문득 떠올랐다.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재밌고 아름다운 자연을 한번 생각하게 해주어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책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6개의 이야기지만 전부 같은 배경이다. 오리가족의 이야기, 쥐를 무서워한 고양이 ‘호피’, 쥐들의 전쟁, 나무귀신, 찌르레기의 이사, 할머니의 보물지도 이야기….
쥐를 무서워하는 ‘호피’의 이야기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오리가족도 뒤뚱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리고 배꽃 피는 계절. 그러나 문명에 길들여져 쥐를 무서워하는 고양이 ‘호피’와 호수까지 가려면 생사를 넘나들어야하는 오리가족. 더 이상 서낭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외로워진 나무귀신. 우리가 이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오리가족은 과수원에 살고 있는 평화로운 가족이었고 귀여운 새끼오리들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배꽃이 만발한 과수원에서 물장난을 하는 뒤뚱뒤뚱 오리들의 나들이를 서술한 이야기이다. 과수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논도 많고 밭도 많다. 열매도 좋지만 열매를 맺기 전 꽃도 아름답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내가 농촌에 살아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일 것이다. 그런 곳의 오리가족, 게다가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였다.
과수원이 아닌 바깥세상은 자동차들이 달리고 사람들이 많은 신기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호수에 가기위해서는 횡단보도를 지나가야했다. 갑자기 새까만 매연이 떠올랐다. 문명이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오리가족은 무사히 호수로에 도착했다는 것. 그리고 매일 나들이를 할 생각이었다. 앙증맞은 오리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편하게 생각하고만 있는 자동차가 동물들에게는 무얼까. 그 매연이 나무를 시들게 하는 건 아닐까?
다음으로는 쥐와 고양이의 이야기였다. 쥐보다 작았던 고양이 ‘호피’는 길을 잃어 쥐 ‘발바리’ 에게 잡혀서 쥐들의 놀림을 받으며 왕 쥐의 먹이를 구해 와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호피’는 성장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탈출을 결심했다. 오리가족이 살고 있는 평화로운 과수원에서 살고 싶었다. 며칠을 두리번거렸다. 호피가 과수원으로 올 수 있었던 건 아저씨의 한마디였다. “나비야, 어서 오렴. 우리 과수원에는 너처럼 조심성 많은 고양이는 없단다.”
한편,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으로 소파패거리를 혼쭐을 내줄 궁리를 했던 왕 쥐는 내세울 것이 없어지고 먹이도 줄어들자 패거리를 이끌고 과수원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왕 쥐는 자기는 고생도 하지 않는 멍청한 고양이보다 더 멍청한 쥐였다. 과수원에는 이미 강해진 호피가 지키고 있었다. 발바리는 놀랐다. 호피를 다른 쥐들처럼 무시하지 않았던 발바리. 호피는 발바리의 가족을 이끌고 새로 살 집을 알려준다. 왕 쥐는 횡단보도에서부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오리가족의 호수 공원의 고목에 사는 나무귀신. 그는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로부터 잊혀졌다. 문득 주변의 나무를 쳐다보게 되었다. 찌르레기가족의 이사로 그는 더 이상 돌보지 않던 나뭇잎도 돌보고 생기를 찾게 된다. 찌르레기부부가 떠날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은 할머니가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 많은 과수원 식구들. 그 후에 쓸모없던 고목은 장승이 되어 정월대보름날에 바라던 사람들도 찾아오고 그 밑에서 발바리가족도 돌보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활기 넘치는 과수원 가족들.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주변의 나무와 산을 쳐다보고 웃게 만드는 책이었다.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꽃비가 흩날리는 계절이 되었다는 것을,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를, 좋은 소식 실어다 줄 것 같은 바람 냄새를, 햇빛에 말린 빨래에서 나는 햇빛 냄새도 사실은 문명의 편의에 치우쳐 잊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솔직하게 잊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잊어버리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한다. 자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듣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늦기 전에 자연도 사람처럼 배려해주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해봐야겠다. 잊고 있었지만 진짜로 잊지 않을 생각이다.
아아, 또 벚꽃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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