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5 격주간 제678호>
토박이 말

설익다
<충분하게 익지 않았다>

과일은 제철을 만나야 충분히 익고, 밥이나 쪄서 먹는 음식은 적당히 가열이 되어야 제대로 익는다. 철에 앞선 과일은 익어도 제 맛을 내지 못하고, 뜸이 들지 않은 밥은 익어도 충분하지 않다. 과일, 밥 따위가 충분하지 않게 익은 것을 ‘설익다’라고 한다.
‘설-’은 ‘설깨다, 설듣다, 설마르다, 설보다’ 등에서 보듯 ‘충분하지 못하게’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그러므로 ‘설익다’가 ‘충분하지 않게 익다’라는 뜻임이 부명히 드러난다.
한편 ‘설익다’에는 ‘완성되지 못하다’의 뜻도 있다. “내가 설익은 젊음을 주체하지 못해….”에 쓰인 ‘설익다’가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설익다’의 반대말은 ‘농익다(과일 따위가 흐무러지도록 푹 익다)’이다.


진솔
<옷이나 버선 따위를 한 번도 빨지 않은 새것, 그대로인 것>

‘옷’이나 ‘버선, 양말’ 따위를 사면 대체로 빨아서 입거나 신는다. 새로 산 옷, 버선, 양말에 배어 있는 독특한 냄새나 보이지 않는 때를 없애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 산 옷이나 버선, 양말을 빨지 않은 채 그대로 입거나 신기도 한다. 옷이나 버선 따위에서 한 번도 빨지 않은 새것, 그대로의 것을 ‘진솔’이라 한다.
‘진’은 접두사 ‘진(眞)-’으로 추정되고, ‘솔’은 ‘솔기(옷이나 이부자리 따위를 지을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진솔’은 ‘진짜 솔기가 보이는 옷이나 버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루글
<내용을 건너뛰며 띄엄띄엄 읽는 글>

‘노루가 제 방귀에 놀란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노루’는 아주 겁이 많은 짐승이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여차하면 냅다 뛰기 시작한다.
노루는 걸을 때 보아도 겅중겅중하는 모양이다. 노루가 걷는 것처럼 겅중겅중 걷는 걸음을 ‘노루걸음’이라 하고, 노루가 뛰는 것처럼 겅중겅중 뛰는 뜀을 ‘노루뜀’이라 한다. 아울러 ‘노루’가 겅중겅중 걷거나 뛰듯이 ‘내용을 건너뛰며 띄엄띄엄 읽는 글’을 ‘노루글’이라 한다. ‘노루글’로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이 잘 들어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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