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1 격주간 제677호>
< Cinema&Video >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 왕국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스

1989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이후 19년이 흘렀다. 그 많은 세월동안 ‘인디아나 존스’의 아류작들이 만들어졌고, 점점 사람들에게 원전은 잊혀져갔다. 최근까지 아류작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는 ‘미이라’였다. 올 여름 ‘미이라’ 3탄이 나오면, 같은 해 원전과 아류작이 경쟁을 할 수도 있을 듯 싶다.
채찍을 들고 중절모를 쓴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적은 나치가 아니라 냉전시대의 소련 KGB다. 1957년 메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존스 역시 FBI의 압력을 받는다. 그때 마을의 젊은 반항아 멋(샤이어 라보프)이 인디에게 공포와 매혹의 결정체인 크리스탈 해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황금의 도시를 열 수 있는 크리스탈 해골의 존재를 믿게 된 인디는 페루로 떠난다. 그곳에서 옛 애인 마리온 레븐우드(카렌 앨런)와 그녀의 아버지이자 존스의 멘토였던 에브너 레븐우드(존 허트)를 만나게 된다. 멋이 인디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부자가 합심하여 황금 도시를 찾아낸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조지 루카스. 헐리웃 최고의 감독과 제작자가 함께 그린 시대는 원자시대, 로큰롤이 태동하던 시대, 테크니컬러의 시대인 1950년대, 인류의 새로운 위기가 핵폭발의 망령으로부터 시작된 시대였다. 전편들이 예수와 관련된 성배 혹은 성전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새롭게 돌아온 존스의 목표물은 외계인이었다. 스필버그의 흥행작 ‘ET’, ‘A.I.’, ‘우주전쟁’ 등 항상 외계인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던 스필버그는 인디마저 외계인을 마주치게 했다. 외계인의 이미지는 그 동안 스필버그 영화에서 봐왔던 것과 흡사하다. 언제나 도전을 하는 인디의 모험심이 이제 외계인에게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인디만큼 모험적이지도 도전적이지도 못하다. 19년 전에 만들어졌던 속성들을 한번도 비틀지 않고 그대로 답습한다. 아류작이었던 ‘미이라’가 주인공의 특성을 비틀고, 구성의 변화를 꾀한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다이하드 4.0’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의 캐릭터 변화와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신선함이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에 개봉할 아류작 ‘미이라’의 변화가 더욱 궁금해질 정도였다. 아무런 변화 없는 속편, 19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19년 전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에서 새롭게 봐야할 것은 도무지 없다. 늙은 해리슨포드와 스필버그, 그리고 죠지 루카스의 매너리즘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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