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치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전민들은 성황신이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통로가 나무라고 믿었다. 대동여지도에 이미 신림이란 지명이 나와 있듯 신림은 ‘신이 깃든 숲’이다. 성황림은 보호철책을 둘러놓아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무분별한 행락객들로 숲이 크게 훼손되자 1989년부터 문을 잠그고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학술연구 목적이나 생태관람 때만 문을 열어준다.
원주 치악산 성황림
오월의 신록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꽃 보다 아름다운 연 초록 숲 속에 들면 생명의 소리가 들리고 싱그러운 생기가 솟구쳐 오른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神林)면 치악산 남쪽 성황림(城隍林) 숲의 신록은 신비감마저 감돈다.
예전에 치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전민들은 성황신이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통로가 나무라고 믿었다. 대동여지도에 이미 신림이란 지명이 나와 있듯 신림은 ‘신이 깃든 숲’이다.
성황림은 보호철책을 둘러놓아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무분별한 행락객들로 숲이 크게 훼손되자 1989년부터 문을 잠그고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학술연구 목적이나 생태관람 때만 문을 열어준다.
숲 가운데 작은 개울을 경계로 오른쪽에 전나무와 당집이, 왼쪽에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당집 쪽으로 난 숲길을 들어서면 갸날픈 줄기마다 하얀 꽃송이를 피워 올린 꿩의바람꽃을 비롯하여 복수초, 노루귀, 남산제비꽃 등 봄철 야생화들이 반긴다.
아름드리나무가 호위한 가운데 금줄을 쳐놓은 당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에 우뚝 솟은 전나무가 신목(神木)이다. 1978년 태풍 때 윗부분이 부러졌으나 높이 29m의 위용을 뽐낸다. 어른 가슴높이 지름은 130㎝에 수령은 대략 300년으로 추정한다. 전나무 바닥엔 이끼가 파랗게 끼었다.
왼쪽에 비스듬히 몸을 돌린 엄나무에도 금줄을 둘렀다. 전나무를 남서낭, 엄나무를 여서낭으로 섬긴다. 엄나무도 가슴높이 지름이 93㎝로 큰 편이다. 가지에 가시가 많은 엄나무는 잡귀가 범접하지 못한다고 믿어 당집 주변에 많이 심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음력 4월7일과 9월9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서낭제를 지낸다.
성황림은 일제 강점기인 1993년 ‘조선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940년 천연기념물 92호(아랫당숲)와 93호(윗당숲)으로 지정했으나, 1962년에 다시 천연기념물 제93호로 통합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1만4314㎡(1만6000여평)에 달하는 성황림은 전형적인 온대활엽수림으로 ‘낙엽활엽수 박물관’이라 할 만큼 수종이 다양하다.
우세종인 복자기나무를 비롯하여 엄나무, 전나무, 소나무, 복자기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말채나무 등 목본과 초본을 합쳐 34과 53속 91종의 수목이 자란다. 야생화는 물론 습지 동식물의 서식 공간으로 금강모치, 둑중개 등 희귀어종과 희귀조류의 귀중한 서식처로 자리 잡았다.
성황림이 온대 활엽수림으로 평가받기까지는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데다 마을 주민들이 각별하게 정성을 쏟으며 숲을 지켜온 덕택이다. 조상들의 과거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천연기념물 선정 이유다. 성황림에는 자연에 대한 원초적 믿음이 서려있다.
원주시는 지난해부터 ‘성황림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성황림이 국립공원특별보호구(전국 21곳)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성황림의 개방을 전제로 한 복원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생태계 훼손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환경단체측은 원주시와 환경단체,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성황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복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최근 ‘성황림의 올바른 정비를 위한 제안서’를 원주시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성황림 출입문 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성남2리 김명진(44) 이장은 “주민 모두 성황림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며 “성황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제대로 복원해야 주민소득과도 연계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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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숲'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 성황림의 신록에 신비감이 감돈다. |
하얀 꽃송이를 피워 올린 꿩의 바람꽃.
<김명진 이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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