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5 격주간 제676호>
< Cinema&Video > 스피드레이서

초감각적 시각혁명

예술가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새로운 이미지는 충격이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후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감독한 최초의 영화가 바로 ‘스피드레이서’다. 워쇼스키 형제는 스스로 장사꾼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듯 ‘스피드레이서’에서도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해 부단한 공을 들인다. ‘엔디워홀’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총 천연색과 시간과 공간 개념 없이 앞뒤로 전개되는 이야기들, 2D 셀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한 이미지들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어렸을 때부터 레이싱이라면 사족을 못 썼던 ‘스피드레이서’(에밀 허쉬)는 총망 받았던 레이서 형 ‘렉스’의 죽음을 이겨내고 레이싱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그에게 눈독을 들인 자동차 회사의 ‘로열튼’ 회장이 스카우트를 제의해 온다. 스타가 되고 싶었던 ‘스피드레이서’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레이싱의 세계가 ‘로열튼’ 회장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들의 음모 속에 조정 받는 것을 알게 되고 거절한다. 그리고 갑자기 홀연히 떠나서 레이싱계에서 비난받을 짓을 하다가 죽어간 형 렉스를 이해한다. 스카우트를 거절한 스피드레이서는 로열튼의 보복에 시달리고 있을 때, ‘로열튼’에 대항하는 토코칸 모터스의 리더 ‘태조’(우리나라 배우 비), ‘레이서 X’(매튜 폭스)와 팀을 이뤄 전설의 경주 코스 ‘카사 크리스토’에 출전한다. ‘태조’가 우승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로열튼’의 비리 파일를 폭로할 것이라는 거래 때문이다. 우승을 하지만 그것은 바로 ‘태조’의 속임수였고, ‘스피드레이서’는 홀로 ‘로열튼’에 의해 이미 조작이 되어버린 마지막 그랑프리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줄거리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돈과 음모에서 벗어나 진정한 레이서의 길을 찾아가는 스피드 레이서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미는 내용적 측면보다는 형식적 측면을 보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다. 바로 워쇼스키 형제가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광이라는 것이다. ‘스피드레이서’ 역시 ‘마하고고고’라는 1967년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TV에서도 방영되었고, 1970년대에 한국에서도 ‘달려라 번개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내건 새로운 시각혁명의 많은 부분이 셀 애니멘이션을 참고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일본 애니매이션에서 봤던 것 같은 실사 장면들을 찾아보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일 듯싶다. 어쩌면 영화 이미지의 미래를 성급하게 상상해보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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