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5 격주간 제676호>
<이야기 한자성어> 似而非 (사이비)

겉으로는 비슷한 것 같으나 실제는 다른 것,
또는 가짜인 것을 뜻한다.

맹자(孟子)의 ‘진심편(盡心篇)’과 논어(論語)의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날 맹자에게 제자 만장(萬章)이 찾아와 “한 마을 사람들이 향원(鄕原:사이비 군자)을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 그가 어디를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일 터인데, 유독 공자만 그를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맹자는 “그를 비난하려고 하여도 비난할 것이 없고, 일반 풍속에 어긋남도 없다. 집에 있으면 성실한 척하고 세상에서는 청렴결백한 것 같아 모두 그를 따르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요(堯)와 순(舜)과 같은 도(道)에 함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사이비한 것을 미워한다[孔子曰 惡似而非者]”라고 했다. 사이비는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즉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며,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하다. 공자가 사이비를 미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말만 잘하는 것을 미워하는 이유는 신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고, 정(鄭)나라의 음란한 음악을 미워하는 이유는 아악(雅樂)을 더럽힐까 두려워서이고, 자줏빛을 미워하는 이유는 붉은빛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였다.
이처럼 공자는 인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처세술에 능한 사이비를 ‘덕을 해치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에 미워한 것이다. 원리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활개를 치는 법이다. 그들은 대부분 올바른 길을 걷지 않고 시류에 일시적으로 영합하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말로 사람을 혼란시키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원말은 사시이비(似是而非) 또는 사이비자(似而非者)이다.
얼마 전에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사이비 종교단체에 대한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기독교 교리에 대해 공부하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사이비 교리에 빠져 자신의 삶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작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끝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길을 잘못 들어버린 것이다.
‘사이비’라는 말은 종교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진정 회중들이나 단체, 나라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앞에 서서 그럴싸한 말들로 회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용하고, 정작 자신은 그 말대로 살아가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가진 사람들 또한 ‘사이비’라 할 수 있겠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이 세상에서 자신과 타인을 속이며 살아가는 ‘사이비’의 모습이 우리 자신에게는 없는지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같을 사(似) / 어조사 이(而) / 아닐 비(非)〉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원예치료 국제심포지엄’ 개최
다음기사   지역본부 건설로 4-H 민간추진 역량 강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