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포록하다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잠’은 아무래도 ‘잠잠하다’의 ‘잠’과 관련이 있는 듯하고, ‘포’는 ‘포근하다’의 ‘포’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잠포록하다’의 기원적 의미는 ‘잠잠하고 차분한 느낌이 있다’정도가 된다.
날이 잠잠하려면 바람기가 없어야 하고, 날이 차분하려면 약간 흐릿해야 한다. 너무 흐리면 우중충해 보이고, 너무 맑으면 들뜬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잠포록하다’에 ‘바람기가 없고 날이 흐리다’라는 의미가 부여된 것 같다.
늦부지런
<뒤늦게 서두르는 부지런>
젊어서 게으름을 피우던 사람은 늙어서도 그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게으름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어서 게으름을 피우던 사람이 나이 들어 어찌어찌하여 부지런을 떨기도 한다. 전혀 사람이 달라진 것이다. 아마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리라.
늙어서 부리는 부지런을 ‘늦부지런’이라 한다. 늙어서라도 부지런을 떠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 ‘늦부지런’에는 ‘뒤늦게 서두르는 부지런’이라는 뜻도 있다. 내내 빈둥거리다가 급하다 싶으니까 서두르는 부지런을 그렇게 말한다. “늦었지만, 늦부지런이나마 떠니 그나마 다행이다”에 쓰인 ‘늦부지런’이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변죽
<그릇, 세간 따위의 가장자리>
예전에는 술을 마시다 흥이 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 기계가 없던 시절이니 젓가락으로 막걸리 사발이나 술상의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면서 속칭 ‘니나노’ 노래를 불러댔던 것이다. 막걸리 사발과 같은 그릇이나 술상과 같은 세간 따위의 가장자리를 ‘변죽’이라 한다. 그리하여 “그는 젓가락으로 상의 변죽을 두드리며 흥을 돋우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변죽’은 주로 ‘울리다, 치다’와 어울려 ‘변죽을 울리다’, ‘변죽을 치다’와 같은 형식을 취한다. 이들 관용적 표현은 ‘바로 직접 말을 하지 않고 들러서 말하다’라는 뜻이다. “변죽을 치면 복판이 운다(암시만 주어도 곧 눈치를 채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라는 속담을 통해서도 ‘변죽’이 ‘복판’의 반대 개념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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