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 성 회장(경기 포천시4-H연합회)
“이 곳 포천은 주된 소비지역인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 생산 단지보다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작목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블루 오션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천냥금입니다.”
백냥금보다 귀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천냥금’.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냥금은 열매를 강조하기 위한 별칭으로 원래 이름은 ‘자금우’이다. 오직 천냥금 한 작목에 젊은 열정을 쏟는 회원이 있다. 경기도 포천시4-H연합회 박기성 회장(29·영중면 양문리).
막걸리와 갈비로 유명한 고장 경기도 포천에서 만난 박 회장은 화훼 재배를 시작한 지 7년 째 접어든다. 이제는 규모도 제법 커져서 4연동 비닐하우스 온실이 4개이다. 면적으로 치면 1600평에 달한다. 올해엔 농업기술센터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분화류 단경기 생산 시범단지’로 선정되어 지난 봄 비닐하우스를 증설해 일손이 두 배는 바빠졌다.
천냥금으로 작목 전환…차별화 승부
전에는 아버지를 도와 호접란과 시클라멘을 재배했는데, 호접란은 묘종 가격이 너무 비싸 수익이 많지 않고 시클라멘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가격적인 면은 부담이 없었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작목을 바꿔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불확실한 도전 같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어서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매년 매출의 성장세가 뚜렷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천냥금으로 마음을 굳힌 가장 큰 계기는 판로가 확실하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밝히는 박 회장. 그가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였다. 도매상들의 발길을 이 곳까지 끌어오려면 고양, 일산 같은 서울 근교에서 재배하지 않는 작목을 선택할 필요가 절실했던 것이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출하 시기는 10월말부터 시작돼 이듬해 봄까지 계속된다. 대부분은 서울 양재동 농산물유통센터 화훼공판장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품질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한 박 회장의 비결은 ‘애정’이란다. “요즘에는 화훼 농가의 재배 기술이 별반 차이가 없고 사용하는 비료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경험이 많을수록 좋겠지요.”
천냥금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꽃보다는 빨갛게 익은 작은 열매. 박 회장도 푸른 잎사귀 사이로 내미는 열매의 탐스러움에 반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앞으로 천냥금 뿐만 아니라 꽃피는 관엽 식물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연중 내내 출하를 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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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게 모종을 살피는 박기성 회장(왼쪽은 최광영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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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 매력에 푹 빠져
한경대학교 원예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영종면4-H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4-H활동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회원 수가 많고 참여도도 높아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회원도 줄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도 부족해 이런 점들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어울리고, 남들 앞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는데 4-H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는 박 회장. 그래서 학생회원을 만날 때마다 이런 4-H만의 매력을 꼭 들려준다.
몇 해 전 공동과제포에서 벼 수확을 하는데 콤바인이 논두렁에 빠져 트랙터 두 대로도 빼내지 못해 혼쭐이 났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2005년 중앙4-H경진대회와 올해 도경진대회에 참가해 우수회원으로 뽑혀 농촌진흥청장상과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영농이나 4-H활동이나 모든 면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하는 포천시농업기술센터 최광영 지도사는 “그래서 어른들로부터 평판이 좋고, 영농회원과 학생회원 간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분주해지는 박 회장은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린 성실함으로 남들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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