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꾼의 농심교육철학 (1)-
4-H운동은 ‘사람 되기 운동’이며 4-H교육은 ‘사람농사’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사람농사꾼’, ‘4-H운동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호(號)도 일농(一農)이라고 하였으며, 일생을 오직 한길 사람농사꾼으로 살 것입니다.
‘사람 되기’란 스스로 삶을 영위하며 말 그대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란 말입니다. 사실 사람 되기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스스로 ‘크고 자라는’ 것입니다. 누가 ‘기르고 키우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가령 동물이나 식물은 자기 스스로가 영양분과 물을 빨아 먹고, 숨도 쉬고, 탄소동화작용을 하며 스스로 자라고 크게 됩니다. 농민은 단지 잘 자라게 하고, 또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제공하고, 그에 알맞은 환경조건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농사짓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좋고 터와 흙이 좋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물과 영양분을 빨아드리고 먹는 것은 가축이고 식물인 것입니다. 스스로 먹으려 하지 않거나 또 먹지 않는다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부는 말을 개울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 아닙니까?
4-H이념과 철학이 아무리 좋고 훌륭하다 하더라도 회원 스스로가 그 이념을 받아들이고 오늘보다 더 나은 생활, 실천하면서 배우려는 의지가 없거나 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발전하려고 하는 자주적인 의지와 욕망이 없고 또 스스로가 자라기 위해 노력을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4-H운동은 스스로 하는 운동이며 4-H학습과제 및 공동체 활동을 통하여 자기 스스로가 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4-H선생님이나 4-H운동가와 지도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우리 4-H청소년 회원들이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올바른 4-H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농사꾼인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람을 가르친다, 기른다, 학생을 지도 육성한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은 사람을 교육의 대상 즉 피교육자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 농사꾼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 그 자체를 교육의 주체로 봅니다. 청소년 회원들이 4-H활동을 보다 자주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항상 대화하고, 토론하며, 격려하고, 협력하며, 뒷받침하는 길눈이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4-H회원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4-H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채근하며, 바람직한 4-H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변화 촉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김 준 기 / 한국4-H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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