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오 선 지도사
지도사로 임용되어 4-H회원들과 함께 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첫 지도사의 발을 내딛으며 함께한 4-H라는 말은 나에게는 어색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농촌에서 태어나 마을 입구의 4-H표석을 보며 자랐고, 마을회관 책꽂이에서 4-H회와 관련된 책을 보며 그곳에서 놀던 추억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H회 업무를 맡고 처음으로 4-H회원들을 만나던 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런 호칭 때문인지 회원들에게 무엇인가를 많이 가르쳐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선생님으로서 항상 회원들보다 더 큰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금은 우스운 부담감이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선배 지도사들로부터 예전의 왕성했던 4-H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의 현실과 비교해 위축되기도 했고, 회원들과의 의견충돌이나 크고 작은 행사추진으로 어려웠던 점이 많아 4-H회 업무를 기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선진지 견학을 계획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함께 하면서 우리 4-H회원들의 진실되고 순박한 정말 농촌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내 마음속에는 4-H회가 깊숙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권샘요, 그냥 전화 했어요”, 단순히 나는 “밥 먹었나”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 나의 하루일과에 4-H회원들이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 4-H회는 나의 인적재산으로 가장 빛나는 보석이다.
우리 회원들은 연시총회부터 무척 분주했다. 지난해 공동과제포에서 생산한 쌀과 수익금, 따뜻한 사랑의 차 나누기 행사로 마련한 모금액을 지역의 소외된 불우이웃에게 전했다. 연탄을 직접 배달하고 쌀과 생필품을 나눠주었고, 4-H회원이 주택화재로 인하여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전 회원이 화재 잔재물을 뒷 정리하며 아랫목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청소년의 달 행사, 야영교육 등의 4-H회 대표행사를 회원들이 주관하여 개최하였으며, 공동운영사업으로 3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토끼풀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과제수행능력과 전문농업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회원들 누구에게나 우리 미래의 들판을 맡겨도 될 것 같은 든든한 생각이 든다.
회원들은 각자의 품목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1등급 사과를 따고,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우량형질의 돼지생산을 위해 노력하며, 틈틈이 이웃의 일손을 도와 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우리 4-H회원들에게 미래의 농업과 지역사회를 맡기려면 기성세대의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4-H회원들을 전문농업인으로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회원들의 농업경영마인드 향상교육과 전문기술능력교육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장기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더불어 작목별 영농4-H조직이나 개별지원 등의 자금지원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보석들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며 진심으로 회원들의 가정마다 풍년농사를 기원한다. 〈경북 봉화군농업기술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