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사랑에 빠져든 슈퍼 히어로의 질투


올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만화 속 슈퍼 히어로 캐릭터의 영화화가 헐리웃의 새로운 탈출구처럼 계속되었다.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역시 이런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다. G-걸, 원더우먼이나 소머즈 이후에 오랜만에 나온 여성 히어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히어로들처럼 지구를 구하거나 사람들을 돕는 일보단 변심한 남친을 초능력으로 처절하게 응징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킬빌’과 ‘펄프픽션’ 등 강한 캐릭터로 만났던 우마 서먼은 로맨틱 코미디로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로맨틱이라는 말보다는 액션이나 섹시함이 더욱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은 액션과 섹시함이 어우러지는 발랄하면서도 황당한 이야기다.
‘G-걸’은 ‘great-girl’의 준말로 위험한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서 돕는 여자 슈퍼맨이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제니(우마서먼)는 여느 슈퍼 히어로처럼 평소에 신분을 감추고 살아간다. 특급 선행에도 불구, 그녀는 그 흔한 남친 하나 없이 외롭게 늙어가는 노처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다정다감한 남자 매트(루크 월슨)를 만나게 되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든다. 초반 불꽃같은 연애의 판타지를 즐기지만 사랑은 거기까지다. 바로 매트가 제니가 G-걸임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괴팍한 성격, 노처녀의 히스테릭한 정신 상태가 두렵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슈퍼 히어로 G-걸은 바로 자신을 버린 매트에게 복수하는데 초능력을 쓰기 시작한다. 매트의 자동차를 우주로 날려 버리고, 매트의 방에 상어를 잡아다 넣는 등 기상천외한 복수극이 바로 이 영화다.
초능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질투에 사용하는 것을 뺀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로맨스 스토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스트 바스터즈’를 연출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초능력을 가진 로맨스의 여주인공을 만들어 지금껏 나왔던 슈퍼 히어로들과 다르게 사적이고 개인적인 분풀이에 초능력을 쓰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이부분이다. 사랑이라는 속성은 결국 슈퍼 히어로건 보통 사람이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여태껏 나왔던 슈퍼 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영화일 수 있을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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