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1 격주간 제673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제비가 살아갈 환경복원 절실

어렸을 적 시골집 추녀에는 해마다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지지배배 지저귀며 더불어 살았다. 제비새끼와 제비똥이 마루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받침대를 만들어 주며 돌봤다. 귀소본능이 강한 제비는 이듬해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둥지를 보수한 뒤 가족 수를 늘렸다.

사라지는 제비

4월8일은 삼월삼진(음력 3월3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제비는 여름철새 가운데 가장 빠르게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봄의 전령사’다. 반년 정도 머물다가 음력 9월9일 무렵이면 돌아가는 전형적인 여름철새다.
제비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철새로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새다. 전래동화 ‘흥부놀부전’에서는 마음씨 착한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주어 대박을 터트리게 해준 ‘보은(報恩)의 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착한 왕자 옆을 지키며 도우려다 얼어 죽는 ‘착한 새’로 등장한다. 제비가 나지막하게 날면 어른들은 ‘비가 오려나 보다’ 예측했다. 제비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습기가 차면 몸이 무거워져 낮게 날아 ‘기상예보관’노릇도 했다.
남성용 이브닝 드레스를 연미복(燕尾服)이라 부르고, 날씬한 몸매를 뽐내는 사람들을 ‘물 찬 제비 같다’고 비유할 정도로 제비는 날개 끝이 뾰족한 유선형으로 날렵하고 예쁘다. 주둥이가 넓어 파리, 하루살이, 딱정벌레 등을 날쌔게 낚아채지만 뱀과 까마귀, 고양이와 쥐는 천적이다. 모성애가 강하고 부지런하여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나르지만 참새보다 다리가 약해 걷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제비를 본지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서울시가 철새보호조류에 제비를 포함시킬 정도로 이제는 희귀종이 됐다. 선생님들은 조류도감을 보며 제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니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를 실감한다.
제비가 왜 사라지는 것일까? 지구온난화와 제비의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개발로 인한 생태환경변화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제비가 둥지를 틀 초가와 기와지붕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환경오염과 농약의 과다사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메뚜기, 잠자리, 나비와 같은 곤충이 줄어드니 환경에 민감한 제비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각종 환경 호르몬의 직·간접 섭취로 제비 수컷의 정자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충남 연기군은 유일하게 제비를 군(郡)의 상징 새로 선정했다. 혹시 제비가 찾아오는지 궁금하여 문화공보과에 확인한 결과 “개체 수는 적지만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튼다”고 하니 반갑다. 지명에 ‘제비 연(燕)’자가 들어간 연기(燕岐)군은 제비를 길조로 여겨 군조(郡鳥)로 선정했다고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인 연기군은 행정도시 건설로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민속촌 비슷한 ‘옛 마을’조성과 함께 ‘제비축제’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나 별다른 진척은 없다.
제비의 급격한 감소는 ‘생태 환경’이 ‘위험 수위’임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제비가 살 수 없는 자연환경은 사람도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임을 깨달아야 한다. 제비가 살아 갈 생태환경복원이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언제쯤 날렵하게 허공을 가르는 제비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제비 연(燕)'자가 들어간 연기군은 제비를 길조로 여겨 군조(郡鳥)로 선정했다.(연기군 제공)>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모성애 강한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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