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1 격주간 제673호>
< Cinema&Video > 10,000BC

확인 불가능한 역사 속 판타지

인류는 어떤 문명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지배자가 되기도 하고 노예가 되기도 했다. 청동기문명을 가진 부족은 석기문명을 가진 부족을 지배 했고, 또 철기문명을 가진 부족은 청동기 문명을 가진 부족을 지배를 했다. ‘10,000BC’는 바로 그 원시적 문명의 배경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문명의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영웅의 이야기다.
거대한 맘모스와 검치 호랑이가 대지를 활보하는 원시시대, 석기문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부족의 청년 들레이(스티븐 스트레이트)는 에볼렛(카밀라 벨)과 사랑을 키워간다. 어느 날 말을 타고 철기 칼을 가진 낯선 전사들에게 에볼렛이 납치당한다. 들레이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녀를 찾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난다. 마침내 도착한 낯선 땅에는 거대한 피라미드가 존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문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납치당한 이들은 그 문명의 노예가 되어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었다. 들레이는 다른 부족의 노예들과 연합해 피라미드 문명을 가진 자들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인디펜던스 데이’, ‘패트리어트’, ‘투모로우’를 만들었던 로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또 한번 비슷한 영화를 만들었다. ‘10,000BC’는 뛰어난 외계문명과 싸웠던 ‘인디펜더스 데이’와 너무나 흡사했다. 배경이 현재에서 기원전으로 바뀌고, 외계문명이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문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주선과 비행기를 칼과 창으로 바꿔서 싸우는 듯 할 정도다.
로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결국 똑같은 이야기였지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10,000BC’의 특징이다. 5m가 넘는 거대한 맘모스, 송곳니가 길이가 무려 20cm에 이르는 검치 호랑이, 스밀로돈과 같은 야생동물, 파라미드 문명과 벌이는 대규모 전투장면의 볼거리가 시종일관 펼쳐진다.
현란한 눈요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보여 지는 것은 바로 야만과 문명이다. 문명의 차이는 들레이의 여정 속에서 계속 대립한다. 하지만 들레이가 지나간 곳은 모든 문명들이 너무 쉽게 융합한다. 자유와 사랑이라는 커다란 가치를 추구하는 들레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이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미국의 대통령의 역할을 들레이가 똑같이 하고 있었다. 기원전 모습이 상상 속에서 복원되어 매력적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로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다른 영화와 차이는 없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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