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5 격주간 제638호>
< Cinema & Video > “엄마의 방귀 냄새가 나”

귀향

추석이 지났다. 대다수 사람들은 막히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고향으로 향했다. 어릴 적에 추석 때 고향을 내려가는 것은 친구와 친척을 만나고 성묘를 하는 일에 대한 행복감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가면 냄새가 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액체에서 내는 향수(香水)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 만들어낸 고향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향수(鄕愁)가 주는 아련한 냄새다.
‘타짜’, ‘가문의 부활’을 필두로 개봉한 추석 영화들 중에서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바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스페인 영화 ‘귀향’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어머니에 대한 자신만의 특이한 느낌을 과시했었다. ‘귀향’은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어머니와 고향의 느낌을 한데 묶었다.
고향 라 만차를 떠나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는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술과 섹스밖에 모르는 남편과 딸 파울라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밤 파울라는 자신을 성추행하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고, 라이문다는 남편의 시체를 은밀한 곳에 숨겨둔다. 그와 동시에 치매에 걸려 있던 이모가 세상을 떠난다. 라이문다는 장례식장에 가질 못하고 동생 쏠레(롤라 두에냐스)만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그런데 이모 주변에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가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 바로 유령의 존재일지 모른다는 말을 주변사람에게 듣게 된다. 그런데 그 유령은 쏠레의 차에 몰래 숨어 미용실을 운영하는 쏠레와 함께 살게 된다. 처음에 놀란 쏠레는 곧 그 어머니가 살아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고 라이문다에게는 비밀로 한다. 라이문다에게 자신의 살아 있다는 것을 숨길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비밀이 풀려가며 영화는 끝난다.
“엄마의 방귀 냄새가 나.”
라이문다가 처음으로 어머니가 방에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한 말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한 번에 느낀 듯 방을 살펴본다. 침대 밑에 숨어 있던 어머니는 라이문다의 발만을 보면서 그리움을 삭인다. 고향과 어머니는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는 것이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이 영화처럼.
보통 딸들은 자랄 때 아버지들과 더 친해진다. 하지만 다 자라고 나면 어머니를 이해하고 더 없는 유대 관계를 갖는다. 어머니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비극을 이 영화는 잘 표현하고 있다. ‘귀향’은 어머니와 고향을 접목시키며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향수(鄕愁)를 자극하고 있다.
 〈손광수/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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