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수련전시관’의 개울과 작은 연못에는 흰색·진분홍색의 수련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일년 내내 연꽃을 볼 수 있는 별천지다. 봄 햇살이 메마른 연꽃 줄기에 앉아 간지럼을 태우는 야외 연못 연꽃도 6월이면 우아한 자태와 앙증맞은 모습을 드러낸다. 맷돌과 빨래판 모양의 돌은 보행로 표시이고, 도자기, 토기, 장독대가 여름에는 분수로 변신한다. 세미원의 연꽃은 100종이 넘어 다양한 연꽃의 생태를 확인할 수 있다.
양평 양수리 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이 되어 도도히 흐르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그 언저리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연꽃과 물의 정원 세미원(洗美苑)이 있다. 학교 운동장만한 야외 공간엔 연못이 무려 6개다.
샛강 건너 두물머리 입구 ‘석창원(石菖苑)’도 세미원의 일부다. 비닐하우스 외관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창포가 가득한 봄 정원이다. 구불구불한 인공하천을 만들고 20여 개의 대나무 의자와 소반을 놓은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의 공간이다. 찻잔을 연잎에 올려 물에 띄워 보내며 시 한 수씩 읊는 전통문화를 재현한 것은 대단한 풍류다. 석창원은 자연 관련 서적 2500여권을 비치해 놓아 도서관 구실도 한다.
세미원과 석창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물머리에 연꽃 밭이 조성된 것은 2003년부터다. 봉사단체인 (사)우리문화가꾸기회 회원 몇몇이 환경을 살리면서 개발도 하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팔당호는 상수원보호구역에다 그린벨트, 수변구역, 자연환경보전지구라는 겹겹의 규제에 묶여 주민들이 낡은 지붕 하나도 마음 놓고 고치지 못하던 곳이다.
연꽃을 심기로 착안한 것은 ‘천연 정수기’ 구실을 하는 연뿌리의 정화 능력이다. 대규모 연꽃단지를 조성하면 물도 깨끗해지고 주민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초기에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경기도의 전폭적인 예산지원과 회원들의 열정,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철책이 둘러쳐진 쓰레기 더미가 물과 꽃의 정원으로 탈바꿈되어 관광명소로 탈바꿈됐다. 전체 17만2489㎡ 부지에 105억원을 투자했다.
인근 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하고, 직원 7명을 모두 이 지역 젊은이로 채용했다. 그 결과 연꽃 철이 아닌 겨울에도 매일 수백 명이 찾아와 음식점과 상가에 손님이 북적이자 주민들도 신바람이 났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관람조건도 까다롭다. 사흘 전까지 인터넷(www.semiwon. or.kr)으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평일 500명, 주말과 휴일에는 1500명 선이다. 현재는 무료지만 4월부터는 입장객들에게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는다. 대신 그 금액만큼 지역 농산물이나 ‘지역 상품권’을 나눠줄 계획이다. 관람객들이 이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가게를 찾도록 하고 그 혜택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자는 취지다. 세미원과 석창원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쓰레기통도, 자판기도 없다. 하이힐이나 구두는 현장에서 고무신으로 갈아 신어야 할 정도로 엄격하고 까다롭다.
생명사랑과 연꽃을 통해 자연치유의 지혜를 모은 꽃과 물의 정원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환경 희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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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꽃의 정원 양수리 세미원 전경<세미원 제공> |
자연과 풍류의 정취가 어우러진 석창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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