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5 격주간 제638호>
<이야기로 풀어보는 한자성어> 등용문(登龍門)

- 입신양명이나 출세에 도달하기 위한 어려운 관문 -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쳐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출세지향의 의식이 내재되어 있는 우리 사회 구조 속에서는 대리만족을 통해서라도 입지전적 인물들에 대해 동경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출세지향의 성공담이나 출세의 관문으로 표현되는 고사가 등용문(登龍門)이다. ‘후한서’ 이응전에서 출전을 찾을 수 있는 등용문의 고사는 다음과 같다.
후한 시대는 환관들의 득세로 인해 충신들이 힘을 펼치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당상관이었던 이응(李膺)은 그러한 환관의 권세에 눌리지 않고 정의를 위해 주관을 꺾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요직을 거쳐 하남윤(하남 지방의 장관)으로 승진했을 때 환관들의 미움을 받아 투옥 당했다. 그러나 그 후 유력자의 추천으로 사예교위(지금의 경찰청장)가 되어 악락한 환관 세력과 맞서 싸웠다. 그러자 그의 명성을 나날이 올라갔다. 태학의 청년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관리들까지도 그를 경모하여 ‘천하의 모범은 이응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특히 신진 관료들은 그의 추천을 받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알고 이를 용문에 올라간 것 같다고 하면서 자랑까지 하였다. 이를 등용문(登龍門)이라고 일컬었다.
여기 나오는 등용문은 황하 상류의 하진(河津)이란 곳의 일화에서 생겨났다. 하진은 황하 상류의 작은 고을이었는데, 일명 용문(龍門)이라고도 했다. 급류의 물살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배가 다닐 수 없는데다가 큰 물고기도 여간해서 급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었다. 강과 바다의 큰 물고기들이 용문의 아래에 수천 마리나 모였었지만 올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단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용문에 오른다’는 것은 극한의 난관을 돌파하고 약진의 기회를 얻는다는 말인데, 중국에서는 진사(進士)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입신출세의 제일이라는 뜻으로 ‘등용문’이라 했다.
〈河津 一名龍門, 水險不通 魚鼈之屬莫能上. 江海大魚 薄集龍門下數千 不得上, 上則爲龍〉
아울러 ‘등용문’에 반대되는 말을 ‘점액(點額)’이라고 한다. ‘점(點)’은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고 ‘액(額)’은 이마인데 용문에 오르려고 급류에 도전하다가 바위에 이마를 부딪쳐 상처를 입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물고기를 말한다. 즉 출세 경쟁에서의 패배자, 중요 시험에서 낙방한 사람을 가리킨다.
등용문의 고사가 전해주는 가치를 단순한 출세지향의 동경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만연되어 가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풍토에 젖지 않고,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천하려는 용기와 자세가 바로 등용문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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