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5 격주간 제672호>
< Cinema&Video > 밴티지 포인트

익숙한 영화들의 독특한 집합

‘밴티지 포인트’는 대통령 암살이라는 사건을 6명의 시점에서 풀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스릴러다. 제목 ‘밴티지 포인트’가 ‘유리한 관점’이라는 뜻처럼 각 시점에서 대통령 암살 사건을 재구성한다. TV리포터, 대통령, 테러리스트, 암살자, 경호원, 관광객 등 6개의 시점이 등장한다. 그리고 6번 같은 시간대를 반복하면서 각 시점별로 반전과 또 다른 반전을 만든다. 가령 TV리포터의 시점에서는 대통령이 암살되었는데, 대통령의 시점으로 보면 그 사이에 대역 대통령으로 바뀌어서 피했고, 또 다시 테러리스트 시점으로 가면 대통령이 바뀔 것을 이미 알고 암살자를 보내는 식의 반전이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독특한 형식이다. 마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의 구성과 흡사하다.
낮 12시. 대 테러 공조협약을 위해 각국의 정상들이 스페인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에 모인다. 전세계로 TV 생중계를 시작하고, 중계차에선 뉴스 프로듀서 렉스(시고니 위버)가 미 대통령(윌리엄 허트)을 잡느라 분주하다. 1년 전 대통령을 구한 적이 있던 베테랑 경호원(데니스 퀘이드)이 대통령과 함께 도착한다.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군중들에게 화답하듯 두 팔을 올리면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대통령이 쓰러진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대통령 주변으로 올라서고 곧 바로 마드리드 호텔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마요르 광장에서도 폭탄이 터진다.
그리고 다시 낮 12시로 시계는 움직이고 TV 중계석의 입장에서 보였던 상황이 경호원, 대통령, 테러리스트, 관광객 등의 시점으로 재구성되어 반복된다. 6번의 반복과 6개의 시점이 완료되면 곧 바로 대통령을 납치한 테러리스트를 쫓는 경호원의 시점이 중심이 되고, 모든 시점이 한곳에서 만나면서 대통령이 구출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라쇼몽’을 닮은 독특한 시점으로 전체가 구성되어 있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미국 드라마 ‘24’를 꼭 닮았다. 그리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동차 추격신은 ‘본 슈프리머시’의 러시아 추격신을 길게 늘여놓은 듯 한 착각마저 느껴졌다. 미국 드라마 ‘24’와 ‘본 슈프리머시’가 ‘라쇼몽’의 구성 속에 들어간 듯한 영화였다. 하지만 각 시점들을 통해서 이야기가 재구성되어가면서 극적 긴장감은 더해간다. 각 시점의 인물들이 치밀하게 반전을 계산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밴티지 포인트’의 매력이다.
첫 장면에서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해서 스페인 살라망카의 비좁은 도시를 두 대의 승용차가 역주행하며 달려가는 최고의 카 체이스 장면으로 끝나는 재미만큼은 보장하는 영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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