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 않거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말.
이 고사는 위정자가 백성과 맺는 신의(信義)에 관한 것이다.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진(秦)의 효공(孝公)에게는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상앙은 위(衛)나라의 공족(公族) 출신이었으며, 법률에 밝았다. 상앙이 표방한 것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부국강병책이었는데, 이것은 훗날 시황제가 천하 통일을 할 수 있었던 기틀이 되었다.
상앙이 한번은 법을 제정해 놓고 공포를 하지 않았다. 이는 백성들이 정부를 믿고 또 그 법령에 복종할 것인지의 여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상앙은 백성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계책을 세웠다.
상앙은 3장(약 9m) 높이의 나무를 남문 저잣거리에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十金)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상앙은 다시 오십 금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오십 금을 주어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 뒤 상앙은 새로운 법을 공포하였다. 새로운 법이 공포되고 1년이 지나자,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자가 천명이 넘었다. 이때 태자가 법을 위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상앙은 법에 따라 태자의 대부(大傅)를 처형하고 태사(太師)를 경형(鯨刑 : 범인의 이마나 볼에 글자를 새기는 형벌)에 처했다. 다음날부터 백성들은 이 법을 준수하게 되었다. 10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이 법에 대해 매우 만족하였다. 길에 떨어진 물건은 줍지 않았고, 산에는 도적이 없었다. 또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였다. 나라를 위한 싸움에는 용감하였으며, 개인의 싸움에는 겁을 먹었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믿음이다. 모든 인간은 믿음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말과 행동이 뒤따라야 하기 마련이다.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처럼 나중에 진실을 말한다 하더라도 그 바탕에 신뢰가 쌓여있지 않다면 관계는 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틀어진 관계를 다시 돌이키기 위해선 더욱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국민과 정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쏟아낸다고 한들, 국민들이 나라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그것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반면에 국가에서 제시한 정책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하더라도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여 그 정책을 따르며 불편하거나 정정해야 할 사항들이 생기게 된다면 요청해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지켜야할 것들, 또한 스스로가 제시한 것에 합당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 국가는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상앙의 경우처럼 모든 것들이 원칙대로 지켜진다면 원만한 관계 속에서 신의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옮길 이(移) / 나무 목(木) / 갈 지(之) / 믿을 신(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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