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1 격주간 제671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동백꽃 그늘서 은은한 향기 뿜는다

오동잎을 닮아 오동도라 불리는 섬에는 수많은 아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3000여 그루의 동백은 오동도의 상징이다. 2월이면 무더기로 피어나는 남해안의 춘백(春栢)이나, 북방한계선상에 위치하여 4월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고창 선운사 동백과는 달리 10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까지 이어져 차별화 된다.

여수 오동도 야생난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확정된 전남 여수는 바다를 통해 인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야무진 꿈이 동백꽃처럼 붉게 물들고 있다. 여수 관광의 1번지 오동도에는 애기동백으로 불리는 산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이 달 중순이면 동백꽃이 절정을 이뤄 붉디붉은 꽃잎이 짙푸른 바다와 눈부신 조화를 이룬다.
경칩이 5일이지만 옷섶에 파고드는 바닷바람은 차다. 바다를 가로질러 섬과 이어주는 길이 768m의 오동도 방파제 다리의 벽화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좋고, ‘동백열차’(500원)를 타고 들어가는 것도 색다른 운치다.
방파제가 끝나면 오동도 들머리 오른쪽 기슭에 산책로 표지판이 나타난다. 거목의 동백 숲이 빼곡하게 우거져 바다를 가린다. 완만한 능선을 조금 오르면 휴게소처럼 깔끔하게 지어놓은 공용화장실이 보인다. 그 주변이 오동도 제주 자생난인 새우난초 재배지다. 새우난은 난초 보다 잎이 넓으며 꽃의 생김새가 새우를 닮아 ‘새우난초’로 불린다.
철망을 둘러쳐 보호하는 곳이 있고, 나무그늘에 무더기로 심어 놓은 곳도 보인다. 12만㎡(3만6000평)의 오동도에는 풍난을 비롯한 자생난들의 서식지였으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 불법채취로 대부분 사라졌다. 관리소에서는 자생난을 되살리기 위해 제주 새우난을 심어 건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자생난 단지를 뒤로하고 산책로를 따라가면 용굴과 갯바위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나온다. 바닷바람을 잠시 쐬고 등대를 향해 오르면 동백과 후박나무 숲이 빼곡하여 하늘을 가린다.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이면 멀리 경남 남해와 하동, 돌산도와 구봉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등대에서 내려오면 시누대 터널이다. 충무공이 임란 때 화살을 만들어 왜구를 물리쳤다는 시누대는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며 바람이 불 때 마다 파도소리를 낸다.
동백 숲길을 따라 조성된 야생화단지에는 샛노랑 복수초와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나 붉은 동백과 대조를 이룬다. 1998년 개관한 관광식물원은 관엽식물 야자류, 향료식물, 선인장 등 열대식물이 계절을 잊은 채 반긴다.
식물구계 분류상 온대남부에 속하는 섬 안에는 후박나무와 해송, 구실잣나무와 천리향 등 418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동박새, 쑥새, 멧새 등이 귀를 즐겁게 해주고, 섬 주변 바다에는 참돔, 감성돔, 놀래미 등 66 종의 어종이 서식하며 지충이 등 171종의 해조류가 분포하여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오동도 잔디광장에는 거북선 모형과 판옥선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광장 중앙에 설치한 국내 최대규모의 음악분수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상징하는 2012가지의 분수 쇼를 연출한다. 밤이면 물과 빛, 음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동도에서 마주 보이는 여수신항 일대는 세계박람회후보지로 미래를 향한 열린 공간이다. 유람선을 타고 오동도를 한 바퀴 둘러보면 해녀동굴, 용굴, 코끼리 바위 등 기암괴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동도는 사라진 야생난 복원을 위해 제주 새우난초를 재배하고 있다.> <거목의 동백숲이 빼곡하게 우거진 여수 오동도 전경. 원내는 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동백꽃.>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우수회원 표창 등 과제연찬회 열어
다음기사   제28대 한국4-H중앙연합회 출범…전영석 회장 취임